인간의 오만이 낳은 비극,우생학

4-1,다윈 종의 기원

by Plato Won
Photo by Plato Won,이른 아침 설악 가을 풍경


인간의 오만이 낳은 비극, 우생학


(1) 고대부터 내려온 우생학적 관점


우수한 유전자는 보존하고 열등한 유전자는 통제해야 한다는 우생학적 관점은

고대 그리스 플라톤의 『국가론』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플라톤은 금의 영혼을 지닌 통치자와

은의 영혼을 지닌 전사, 구리의 영혼을

지닌 생산자 계급이 각자의 위치에서

충실히 자기 역할을 수행할 때 이상 국가가 이룩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태어나면 부모로부터 분리하여 공동으로 양육하고,

금과 은의 형상으로 세상에 나온 우수한 아이들은 국가가 주도하여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심지어 우수한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남편과 아내를 서로 공유하고,

아이들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치지요.


실제로 스파르타나 로마 등의 고대 문명에서는 약하거나 장애를 안고 태어난 영아를 유기하는 관행이 흔했습니다.


강한 군사력을 키워야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지요.

이처럼 인간을 등급으로 나누려는 발상은 고대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그러나 19세기 말, 이 위험한 발상에 과학의 외피를 쓴 인간의 오만함이 더해져 커다란 비극을 낳습니다.


바로 진화론의 돌연변이, 우생학이 탄생한 것이지요.

(2) 미국의 우생학 프로젝트


영국에서 등장한 우생학은 거대 자본가와 지식인의 지지를 받으며 20세기 무렵 미국에서 대중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미국 사회는 왜 우생학에 큰 관심을 가졌을까요?


우생학이 태동한 19세기 말부터 미국은

인종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이미 원주민을 포함해 유럽 이주민과 아프리카 출신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었는데,

여기에 아시아계 이민자까지 대거 받아들이면서 다민족 국가를 이루게 되었지요.


그러자 당시 정치적 · 경제적 권력을

가지고 있던 앵글로색슨족은 다른 인종들을 배척하기 시작합니다.


흑인을 비롯해 자신들과 다른 문화와 관습을 가지고 있는 이들로 인해

범죄나 빈곤, 알코올 의존증 등이 미국 사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더 좋은 인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된 미국의 우생학 프로젝트는 점점 더 확대되어 혼인 금지법, 단종법, 이민 제한법 등을 탄생시킵니다.


그중 혼인 금지법은 사회적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이 결혼해서 출산하면

유전적으로 열등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으므로 결혼 자체를 제한하자는 법이었습니다.


범죄자, 정신 질환자, 지적 장애인뿐 아니라 흑인과 원주민까지 혼인 금지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심지어 이들에게 강제로 불임 수술을 단행하여 생식 능력을 제거하자는 ‘단종법’이 시행되기도 합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장애인이었던 사회 운동가 헬렌 켈러 또한 우생학적 사고를 따르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는 것입니다.


헬렌 켈러는 당시 수술을 거부해 장애아를 죽게 한 의사를 두고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심각한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는 살 가치가 없다. 장애아를 옹호하는 건 비겁한 감상주의일 뿐이다."

라는 글을 공개적으로 신문에 기고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대중적인 지지를 받던 우생학은 1930년대부터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습니다.


경제 대공황을 거치며 '사회적 위기는 공동의 운명'이라는 것을 체감했고,

인간에게는 생물학적 차이보다 사회적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잔혹한 홀로코스트를 비롯해 우생학을

선전 도구로 삼은 나치의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도 큰 이유가 되었지요.


특히 1974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단종법 폐지는 우생학의 대중적 성공이 막을 내린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영국에서 탄생해 미국에서 꽃 피우고 독일에서 파국을 맞게 된 우생학은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드디어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정말 우생학은 인류 역사에서

완벽하게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생학이라는 단어는 사라졌어도

인간의 우열을 따지고 줄을 세우려는 위험한 발상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려는 노력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추상화 이해하기



자, 이제 그림을 보며 우생학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서로 연결된 염색체들이 나란히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그러나 굳건한 벽에 가로막혀 있네요.

진화론의 돌연변이, 우생학의 탄생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다윈은 인류의 비극을 불러올 허황된 계획이라며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했으나,

그가 세상을 떠난 19세기 말 우생학은 서서히 학문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우생학의 창시자 프랜시스 골턴은 동식물의 품종을 개량하듯이 인간도 우수한 유전자만 보존하고 열등한 유전자는 통제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확고한 신념은 방패를 든 병사의 형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방패에는 합스부르크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군요.


유럽의 여러 왕실 가문 중 가장 큰 영향력을 지녔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근친혼까지 하면서 자신들의 혈통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그들의 꽉 막힌 사고를 보여주듯 사방이 성벽에 둘러싸였군요.


이렇듯 특정 유전자만이 우수하다는 맹신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병사의 머리 위로 괴물이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합스부르크 왕가는 근친혼으로 인해 심각한 유전병에 시달리다가 끝내 혈통이 끊어졌다고 전해지지요.


서로 연결된 염색체는 이제 붉은 장미로 화려하게 변모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테두리에 갇힌 듯 보이네요.


햇볕을 받으며 자연 속에서 자라나야 하는 장미가 갇힌 공간에서 길들여지는 모습과

인위적인 조작을 의미하는 손은 우생학의 위험성을 보여 줍니다.


아리아인만을 우수하다고 여겼던 나치 정권은 결국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 이를 합리화하는 데 우생학을 이용했지요.


어둠이 뒤덮인 세상에도 빛은 존재합니다.

우생학은 인간의 머릿속에서 태어난 어둠의 발상이었지만, 세상에서 그 어둠을 몰아낸 것도 결국 인간의 의지였습니다.


인류의 희망은 무엇보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올바른 가치 철학을 세우는 데 있습니다.



어제 경주에서 열렸던 APEC 기조 연설에서

BTS의 RM은 K팝의 세계적 성공 비결은 다양성을 품은 정체성 덕분이라고 진단했습니다.


"K팝은 힙합,R&B,EDM 등 서구의 움악 요소를 받아들이면서도 한국의 고유한 정서와 미학,그리고 제작 시스템을 융합한 문화입니다.


비빔밥이 쌀밥 위에 다양한 채소와 고기,양념이 어우러진 음식이지만, 그 조화로 인해 하나의 완전한 맛이 탄생하듯 K팝도 마찬가지로,서구의 문화와 한국의 감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만들어진 문화적 비빔밥입니다."


어설픈 지식인들이 세상을 이분법으로 제단한다고 했습니다.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이것은 이래서 좋고 저것은 저래서 아름답다는 상호 존중이 태도가 인류를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다양성의 원천입니다.


설악산에 소나무만 자란다면

절경인 설악의 가을 단풍이 있겠는가?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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