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달항아리가 매일 아침 나에게 전하는 말

백자 달항아리가 매일 아침 나에게 전하는 말.'단백하게 살아라'

by Plato Won
임효 作,인연의 합창


어떻게 보니

백자 달항아리에 빠져 들었다.


백자 달항아리를 처음 봤을 때

밋밋했으나 강렬했다.

밋밋한 그 맛이 역설적으로

강렬한 기품으로 다가온 것이다.


뭐랄까,

자태가 아주 고운 여인네가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수수한 옷차림을

한 느낌이랄까


아우라가 장난이 아닌 왕초가

조직원들에게 다정히 다가가

"니 밥 묵었나, 같이 밥 묵으러 가자'

하고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정감을 드러내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기회가 닿아 백자 달항아리 두 점을

손에 넣었다.


왜 두 점 이냐고?


백자 달항아리는 장인의 손 끝으로

빚어진 것이니 그때그때마다 손맛이 달라

그 형태도 다르고 굽는 과정에서도

느낌이 다른 백자 달항아리가 탄생한다.


작품을 보러 가서는

한 점 사고 또 눈에 아른거려 또 한 점 사고

하다 보니 두 점이 되었다.


출근하면서 한 번 어루만지고

퇴근하고서 또 한 번 어루만지고

거실 왔다 갔다 하며 한 번 더 어루만지고

하는 재미가 솔솔 했다.


순백미에 잔잔한 기품이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그러다 형, 동생으로 친하게 지내는

임효 화백님께서

뉴욕에서 특별 전시회를 한

백자 달항아리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고 화실로 달려갔다.


'인연의 합창'은

그렇게 첫 대면을 했다.


실물로 보는 백자 달항아리와는

또 다른 묘한 느낌이었다.


한지를 겹겹이 쌓아 손으로 망치로

두드려서 입체감을 내고 그 위에 다시

겹겹이 옻칠을 입혀서 탄생

백자 달항아리 그림 '인연의 합창'의 탄생과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실제 흙으로 빚어낸 백자 달항아리의

수고를 넘어서고 있었다.


실제 백자 달항아리의 높이는

50 센터에 이른다.


그 무게감으로 한 판으로

백자 달항아리가 어지지 못한다.

따라서 백자 달항아리는 밑판과 상판을

따로 빚어 이어 붙이고 빚어서 이것을

1800도가 넘는 장작숯가마에 구어낸다.


백자 달항아리가 불가마에서

살아남는 확률은 10프로 남짓하다.

살아 남아도 기포가 생기고

이런저런 이유로 생명이 탄생하기도 전에

장인의 망치 한 방에 박살이 난다.


임효 兄의 백자 달항아리 그림

'인연의 합창'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 수고로움이 오히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


왜 '인연의 합창'이라고 했을까

처음 그림을 집에 가져와서 안방에

걸어놓고 든 의문이었다.


이래저래 작가의 의도를 묻기는 했으나

그때는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러다 보고 보고 또 보면서

하나씩 의문점은 더 해 갔다.


그림 속 백자 달항아리의 밑동이

평평하질 못해 막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림을 왜 저리 그렸지.

반듯하게 그리지"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백자 달항아리의 테두리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막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꿈틀꿈틀 거리는 것 같은 느낌,

뭐 그런 느낌이었다.


"아니 저 백자 달항아리 안에 도대체 뭐가

들어있기에 저 백자 달항아리의 테두리 선이

꿈틀거린단 말이지"

뭐 이런 느낌이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그런 의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하나

나의 상황과 내가 처한 입장과 내 마음속

욕망에 따라 이리 재단되고 저리 재단되면서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아하, 저 백자 달항아리 속에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숨어 있구나.

자기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

그것이 들어있구나.


그 욕망들이 꿈틀거리면 거릴수록

백자 달항아리의 안정성이 무너지고

밑변 마저 평평하지 못해 더 위태로워지는구나.


그런데 저 백자 달항아리가

중심에서 잘 지탱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백자 달항아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모양들의 조밀한 조각조각

도형들이었다.


크고 작고, 사각형이고 오각형이고

육각형이기도 하고, 그것들이 형태를 달리하며

때로는 백자 달항아리와 가깝게 때로는 멀리서

겹겹이 이어져 있는 것이 문득 보였다.


지금까지는 줄곧 백자 달항아리에

집중해서 해석하고자 했는데 그 답을 찾지

못하다가, 그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백자 달항아리 '인연의 합창'은

더 또렷이 나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밑동이 울퉁불퉁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났다.


백자 달항아리의 크기로 태어났다면

애초 한 판으로 깔끔하게 빗어지길

포기해야 한다.


상판과 하판을 이어 붙인 그 흔적을

부끄러워했어도 안된다.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화려한 옷매무새로

치장해도 안되고 자연 그대로

다소곳한 순백미로 살아가야 한다.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꿈틀대는 욕망은

백자 달항아리의 큰 품 안으로 녹이고

담백한 자태와 식품만을 드러내야 하는 운명.

그것이 백자 달항아리에 녹아있다.


그래야 주변과 이리저리 어울릴 수 있고

주변의 인연이 이어져야 백자 달항아리의

기품이 더 드러나는 운명.


백자 달항아리는

천재를 이끄는 바보 이어야 하는 운명이구나


Plato Won


백자 달항아리 소장 1호
백자 달항아리 소장 2호
인연의 합창 형제들,총 3점 중 나는 인연의 합창이 와 닿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좋아하는 일을,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