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간식

정과 만들기

by 여름비 CLIO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사계절을 다 좋아한다. 물론 요즘 온난화로 인해서 여름이 조금 버티기 힘들긴 하지만, 사계절을 다 좋아한다. 그래도 조금 편애하는 계절이 있긴 한데, 바로 겨울이다. 쌀쌀한 날씨라서 따뜻한 이불속에 누워있는 것도, 귀여운 겨울 아이템- 예를 들자면 뜨개 한 목도리, 귀마개, 장갑, 털모자 등등- 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겨울에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겨울철 간식이다.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겨울에 먹으면 더 맛있는 간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붕어빵. 누군가 그랬다. 겨울에는 언제든지 붕어빵을 사 먹을 수 있도록 지갑에 현금 3,000원은 가지고 다니는 낭만이 필요하다고. 이 말에 나는 적극 동의한다. 겨울철 붕어빵은 정말로, 최고의 간식이다. 붕어빵을 너무 좋아해서 몇 년째 '이번 겨울, 붕어빵 100마리 먹기' 챌린지 중이고, 가끔씩 친구들과 붕어빵 정모를 하기도 한다. 붕어빵 이야기는 할 말이 많지만, 다음에 따로 하기로 하자.

나의 단골 붕어빵 가게. 오늘의 붕어빵은 요리다.




다음 겨울철 간식은 군고구마. 정말 군고구마는 사랑이다. 거실 한쪽에 자그마한 오방난로가 있다. 겨울철 보일러 켜기 애매한 날씨에 난로 하나를 켜두면 훈훈해지는데, 그때 그냥 켜두기 아까우니 위에 고구마를 올린다. 포일에 잘 싸서 고구마를 올려두면 집중력이 떨어질 때 쯤해서 달큰한 냄새가 솔솔 올라온다. 그러면 한 번 싹 뒤집어주고, 그러고 나서 다시 일에 집중하다가 다시 달큰한 냄새가 올라오면 이제 쉬는 시간이다. 따끈한 고구마에 버터 한 조각 슥 올려서 샥샥 비벼 먹으면 그것이 또 꿀맛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군고구마가 만들어지고 있다.. 헤헷)

고구마 익는 소리가 너무 좋다.



그리고 또 다른 나만의 겨울철 간식은 바로 금귤정과. 낑깡이라고 더 자주 부르는 금귤을 오래 먹기 위해서 정과를 만드는데, 이게 또 겨울철 별미이다. 차를 마시면서 두세 개씩 먹으면 딱 좋다. 금귤정과를 디저트처럼 먹고 있으면, 왠지 내가 고상해진 느낌이 든단 말이지. 물론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혼자서 별당 아씨라도 된 것마냥 다소곳해진다. 그 느낌이 좋아서 거의 매년 겨울 금귤정과를 만든다.


내가 사랑하는 금귤정과



이번 겨울에도 금귤정과를 만들었다. 금귤은 1월에서 3월에 나는 과일인데, 어째서인지 12월 중순부터 판매를 하고 있어서 정과 3KG을 구매했다. 온난화 문제인 건지, 아니면 기술력이 좋아진 건지, 원래 12월 중순부터 판매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예년보다 빨리 정과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금귤정과를 만드는 방법과 재료는 아주 단출하지만, 시간과 정성이 좀 필요한 음식이다. 금귤과 설탕과 물만 있으면 만들 수 있지만, 물에 졸이고, 식히고 다시 끓이고, 건져서 말리고 하는 데까지 꼬박 3일이 걸린다. 싱싱하고 맛있는 정과를 물에 잘 씻어서 꼭지를 딴다. 나는 정과를 반으로 자르지 않고 하나를 통째로 만들고 싶어서 바늘로 콕콕 찔러서 설탕시럽이 잘 배도록 했다. 그런 다음 커다란 냄비에 금귤과 설탕과 물을 넣고 잘 끓인다. 한 번 폭 끓인 후 하루 동안 그대로 식도록 둔다. 다시 끓이고 식히고를 두 번 더 반복하면 금귤이 투명해진다. 그러면 건져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다가 말리면 완성. 그렇게 나의 겨울 간식이 완성된다.(참고로 금귤정과 만들기는 유튜버 '후암동삼층집'님의 레시피를 참조했다)

왼쪽 - 첫쨋날 금귤의 모습. / 오른쪽 - 둘째날 금귤의 모습

시럽에 조리고, 말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 이렇게 공들여 만든 나의 소중한 간식. 애써 만들어서 나만 먹기 아쉬우니까,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과 나눠먹는다. 올해는 누구한테 드릴까 고민을 많이 했다. 연말은 기분이 들뜨기 마련인데, 올해는 전혀 그럴 수 없는 분위기라 이거 드시고 누구라도 힘내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힘들 때 단 거 먹으면 힘나니까. 올해는 나와 같이 남해에 여행을 같이 가준 친구들과 사장님은 모르겠지만, 나는 단골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아주 좋아라하는 남해의 단골가게 사장님께 금귤정과랑 호두정과도 같이 포장해서 드렸다.

이거 포장하느라 식겁잔치 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스윽~ 드림ㅋㅋ


내 입맛엔 딱인데, 받으신 분들의 입맛에도 맞을지 모르겠다. 받으신 분들 입에도 딱 맞아서, 그래서 이 간식을 먹는 동안만이라도 행복하셨길 바라본다. 그리고 2025년엔 다들 행복하시고, 모두 건강하시길. 그래서 아주 오래오래 볼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모두 건강하시고, 복 많이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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