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언어생활

생각하고 말하기

by 여름비 CLIO

요즘 어린이들의 방학 기간이라 방학맞이 역사특강 수업을 하고 있다. 수업의 대상은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사이의 어린이이다. 어린이이다 보니 혼자 오는 경우는 없고 대개 보호자들과 함께 오는데, 주로 어린이들의 어머니, 간혹 아버지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어린이들의 보호자로 오시는 여성을 ‘어머님’, 남성을 ’아버님‘이라고 호칭을 한다. 이 말이 누군가에겐 얼마나 무성의하고 무심한 말일까.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부모의 보호하에 양육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어린이들도 있을 텐데. 무심하게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호칭을 했는데 부모가 아닌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다. 매번 이렇게 무심하게 말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말한다. ‘보호자’라는 표현이 있음에도 이 말이 입에 잘 붙지 않는다. 이것도 습관이겠다.


오늘도 이런 실수를 했다. 지각하는 어린이의 보호자에게 전화를 했는데 나도 모르게 ’어머님, 언제쯤 도착하실까요?‘라고 한 것. 전화받는 사람이 성인 여성인 것만 아는 것이지, 참석하는 어린이와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는데도 나도 모르게 ’어머님‘이라고 말해버렸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내 머릿속에 ’정상가족‘에 대한 관념이 아주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고, 그 부부는 당연히 출산을 하고, 낳은 아이들은 그 부부가 당연히 양육할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 부부는 중산층의 너무 나이 들지 않은 남녀로 보는 것. 그런 관념들이 쌓이고 쌓여 무성의하고 무심함이 입에서 튀어나온다.


그리고 어린이라도 공교육을 받고 있지 않을 수도 있는데, 왜 나는 늘 어린이를 초등학생으로 간주하고 말하는 걸까. 건강상의 이유로, 혹은 개개인의 사정으로 해당되는 나이에 공교육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가끔은 어린이 대상으로 하는 수업 공지를 할 때 ‘초등 @학년부터 @학년까지’라고 쓰는 것이 자못 못마땅하다. 공교육 밖에 있는 어린이들을 배제하는 느낌이 들어서다. 차라리 출생연도를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초등학교에 소속되지 않은 어린이들은 신청을 할 때 머뭇거리지나 않을까.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오는 어린이들에게 ‘몇 학년이에요?’라고 묻는다. 정말 생각하지 않고 말하면 이렇게 무심해진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머님’이라고 말하면 상대방의 무심하고 무성의함에 발끈 화를 내면서, 왜 나는 이렇게 부주의하게 발언하는가..

내일은 실수하지 말아야지. 생각하고 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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