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끓이기 연습하기
지난번에 '라면 끓이기란...' 글을 썼었다.
이 글에서 내가 얼마나 라면을 못 끓이는가에 대해서 썼다. 이 글을 읽은 지인들은 다들 내가 라면을 못 끓이는 것이 안타까웠는지, 댓글이나 카톡으로 라면 끓이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다들 라면 끓이는 것이 어렵지 않으며,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응원을 주셨다. 그 글을 쓸 때까지만 해도 '라면은 별로 맛이 없으니 안 먹어야지' 정도의 감상이었는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라면 끓이기 비법을 알려주시니 왠지 라면 끓이기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라면을 샀다.
굵은 면의 대표주자 너구리와 얇은 면의 대표주자 스낵면, 그리고 맛있는 풀무원 대파 짜장라면. 라면을 잘 끓이지도 못하면서.. 하나씩만 사면 좋으련만, 번들로 사야 단위가격이 낮아지는, 그 가격의 유혹에 늘 넘어가지. 분명 저 라면들 다 못 먹을 텐데.. 아니야. 이번엔 연습해서 꼭 라면 맛있게 끓여 먹을 테다!! 아자!!
친구들에게도 라면을 샀노라, 이번엔 잘 끓여보겠노라 호언을 하며 라면 끓이기 스타트!
첫 번째 라면은 너구리. 대기업의 인재들이 알려주는 레시피대로, 물 550ml를 끓여서 다시마, 스프, 라면을 넣고 5분 동안 끓여준 다음 먹기.
냄비에 비해서 물의 양이 많았던 건지, 사진을 찍는 동안 물이 넘쳤다(사진을 왜 찍니.. 이러니까 라면을 못 끓이지..). 넘친 물을 닦느라 타이머를 설정을 못해서, 대충 5분쯤(?) 되었을 때에 불을 껐다. 참, 끓이는 중간에 계란도 하나 넣었네. 물이 좀 많은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라면에 계란 들어간 게 맛있으니까 계란을 풀어줬다. 그렇게 완성한 너구리.
중간에 물이 넘쳤는데 왜 물이 많은 걸까. 역시나 면발이 퍼졌다. 시간을 잘못 잰 걸까.
이번에도 맛없는 라면을 먹으며 무엇이 문제인가 골똘히 생각해 봤지만, 총체적으로 다 잘못된 것 같아서 무엇을 수정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SNS에 라면 사진을 올렸더니, 이런 댓글이 달렸다.
라면 봉지에 적힌 레시피보다 조금 덜 잡고, 권장시간보다 조금 덜 끓인 다음 면발만 건져서 그릇에 담아두고, 국물만 권장시간까지 끓여서 그릇에 부어먹으면 맛있는 라면이 완성된단다. 오호.. 내일 퇴근하고 다시 도전!이라고 외치고 있을 즈음 댓글이 하나 더 달렸다.
계량컵을 쓰면 라면 물 맞히기가 쉽다는 조언이 달렸다. 하하하하하하. 우리 집에 계량컵 정말 많다. 이 집에 이사 오는 날 바로 다이소에 가서 계량컵을 샀다. 그리고 계량컵과 계량스푼 공구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집 정수기도 120ml, 250ml 계량되어서 나오는데, 그것도 혹시나 하여 계량컵에 받는다. 이렇게 내가 철저하게 물의 양을 잡는데도 늘 물이 많은 건, 내가 안 보는 사이에 귀신이 물을 붓는 건가..
아무튼, 조언에 힘입어 다시 며칠 뒤(한동안 바빠서 바로 라면을 끓일 수 없었다) 라면 끓이기 도전. 이번에도 너구리다.
이번에는 댓글에서 알려준 대로 물은 조금 적게 붓고, 라면 끓이기는 레시피보다 짧게 끓이기.
음.. 면이 덜 익었다. 너무 빨리 껐나? 라면 하나 끓이기 정말 쉽지 않네. 이번엔 계란도 안 넣었는데 말이야. 그렇지만 저번에 끓인 것보다는 먹을 만하다. 아무래도 국물 양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너구리가 슬슬 질린다. 이제 얇은 면으로 도전. 그렇지만 이 맛없는 걸 이틀 연속은 못 먹겠다. 며칠 텀을 두고 먹어야지.
이번엔 얇은 면인 스낵면. 2분만 끓이면 된다니까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전!
대기업 똑똑이들의 레시피대로 500ml에 2분 끓이기.
왜 또 물이 많죠?? 물이 왜 많죠?? 귀신이 부었나?? 그럼.. 계란 하나 풀어볼까. 컵라면으로 나온 스낵면은 면을 다 먹고 남은 국물에 계란을 한 풀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진짜 맛있다. 그럼 여기도 계란 넣어 먹으면 맛있겠네. 하고 계란을 하나 휘리릭 풀었다.
음... 물은 줄지 않았고, 면은 수제비처럼 불었다.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면 자꾸 끊어져서 숟가락으로 떠먹었네.. 밥 말아먹으면 맛있다고 하는 스낵면이지만 밥은 말지 않았다. 라면을 다 먹고 설거지하자마자 쌀을 씻었다. 앞으로는 라면 안 먹고 밥 먹으려고.
며칠 전에 친구가 현미쌀 1kg을 줬다. 서너 번은 해 먹겠다 생각했는데, 라면 먹다가 화나서 1kg 다 씻어서 밥을 했다. 그리고 전부 냉동실에 얼려뒀다. 이제 집에서는 라면 안 먹는 거야. 집에서 라면 먹는 거 아니야.. 좀 화풀이로 쌀로 밥을 짓고 있을 때 달린 댓글 하나(물론 망친 스낵면 조리과정도 SNS에 올렸다).
다음에 이렇게 끓여볼게요..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나도 맛있게 라면 끓이고 싶다.
그렇게 라면은 집에서 먹는 음식이 아니게 된 것이고, 며칠 뒤 점심 때 외식으로 라면을 먹었다. 와... 외식으로 라면이라니!!
김밥천국에서 호사스럽게 떡라면을 주문했다. 그래, 이 맛이야. 역시 라면은 남이 끓여준 게 맛있고, 사 먹는 게 최고다. 남들 다 집에서 끓여먹는 라면, 나는 사먹는다구. 이 얼마나 호사스러운가!! 진짜 눈물 나려고 하네..
암튼 이 호사스러운 라면 먹방을 SNS에 자랑(?) 했더니 달린 댓글.
하하하하하하 언제든지 끓여주시면 맛있게 먹겠습니다. 제가 끓인 거 빼곤 다 맛있을 거니까요오오오. 그대들이 끓여주실 날 손꼽아 기다릴게요.
그나저나 우리 집에 남은 라면은 어쩌지.. 유통기한 안에 저 라면들 끓여 먹을 수 있을까.. 나는 왜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가(절레 절레).
이 글을 쓰다가 찾은 영상 하나 공유. 나보라고 만든 것 같은 영상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