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니 토론토에 도착해있었던 휴학생 이야기
설을 지난 2월의 어느 날 아침, 한강 스타벅스에서 모닝 자허블 한잔을 마시고 있었다. 여유롭게 물멍-때리고 있던 순간, 보이스톡의 벨소리가 울렸다. 일본에 있는 이모 일까 캐나다에 있는 사촌오빠일까 생각하며 확인해보니 오빠였다.
"민아! 너 캐나다 들어오고 싶어 했잖아. 이제 좀 쉽게 들어올 수 있어. 들어올 거야? 생각해보고 전화 줘."
너무 가고 싶던 캐나다지만, 갑자기? 그래서 상황 파악을 위해 엄마께 전화를 드렸다. 오빠랑 통화할 때마다 "캐나다 가고 싶어. 국경 열리면 바로 갈래."라고 외치던 내 얘기를 하다가, 남은 휴학 기간 동안 캐나다에 들어가 있는 건 어떨까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엄마도 생각해보라고, 가고 싶으면 다녀오라고, 엄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알바와 함께 하루를 보낸 후 집으로 돌아가며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오빠는 새로운 아침을 맞았다.) 마침 오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괜찮은 쉐어하우스들이 나와있다고, 그럼 내일 너가 살 집 보러 다녀오겠다고 비행기 표랑 필요한 서류들을 알아보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불과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분명 확신의 J이며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하고 사람이지만, 큰 결정에 있어서는 오히려 쉽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다 생각하며 토론토에 갈 준비를 시작했다. 비행기표를 끊고, 집주인분께 연락하고,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다. 그리고 레슨 선생님과 알바를 하고 있던 카페 사장님께 토론토에 가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알바를 그만두는 건 2주 전에만 얘기해달라고 하셨어서 비교적 편하게 얘기를 끝냈다. 하지만.. 녹음실에서 레슨을 받으며 녹음 어시를 보고 있었기에 레슨 선생님께 이야기를 하기가 너무나 조심스러웠는데.. 걱정이 무색하게도 선생님이 너무나 쿨하게 다녀오라고! 돌아와서 또 배우면 된다고, 잘 결정했네! 라며 토론토의 맛집들을 추천해주셨다. (3주 뒤에 떠난다는 것에 잠깐 놀라셨지만.. 나를 너무 미련 없이.. 보내주셨다..)
휴학 기간에 몸담고 있던 곳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생각보다는 쉬웠고, 빠르게 일이 진행됐다. 자취집을 내놓으면서도 이게 과연 날짜에 딱 맞춰서 나갈까? 걱정했지만, 일주일 동안 11팀이 집을 보러 오셨고, 10번째 오셨던 분들이 집을 계약하기로 하셨다. 이 모든 일이 일주일 만에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스무스하게 진행됐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친구들을 만날 약속을 잡았다. 제일 첫 약속은 수지팸. 각자 자가 키트로 코로나 음성을 확인하고 우리 집에 모여 아주 신나게 놀았다. 그러나.. 2일 후 우린 모두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분명 음성을 확인하고 집에서만 놀았기에 다들 놀랐지만.. 그때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정말 심각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다 같이 놀았던 이후로 만난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너무 다행이었고, 오히려 캐나다 출국 전에 걸린 게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출국 서류 준비 하기에도 더욱 쉬웠다! 이것도 정리해서 써야지.)
그렇게 알바와 녹음실 그만두기, 자취집 빼기, 코로나 양성 판정받기 그리고 또 여러 가지 일들을 마치고 토론토행 비행기에 올랐고! 이곳에서 너무나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서는 절대 기록하지 않을 것 같아 (기억도 가물가물 할 테고.. 졸업 준비하느라 바쁠 테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기록하고 있는데.. 다시 생각해도 참 잘 온 것 같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내 보호자 노릇 톡톡히 하고 있는 오빠에게도 감사함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 민아의 토론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