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장 이야기에 앞서
2011년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 아모레퍼시픽을 그만두고 아무 연고도 없고 전공인 국문학과도 동떨어진 베트남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2012년 아모레퍼시픽 베트남 법인 재입사를 거쳐 현재는 나이스 그룹 베트남 유통 법인장으로 근무 중이다.
나는 지난 9년 내내 ‘베트남 시장은 2020년부터’라고 공공연히 말을 해외 시장 비관론자라고 말을 들어왔다. 한국의 모든 언론이 베트남을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보도해왔고 수 천 개의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투자하고 있었는데 다들 나를 지나친 비관론자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다 이제 베트남에 투자할 때가 되었다고 하니 ‘비관론자의 긍정적인 전망’이라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신다. 베트남에 대해 공부하고 다시 살펴보면서 내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닌지 여러 번 생각해봤지만 그때마다 역시 베트남 시장은 분명 좋은 시장 일 수밖에 없고 2020년부터는 눈에 띄게 좋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앞으로 소개할 연령별 분석을 참고해주시길 바란다.
인구 1억의 베트남은 젊은 평균 연령에 Post China로 손색없는,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시장이라는 판에 박힌 글로벌 리포트들은 안타깝게도 베트남 시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쓴 분석들이다. 베트남 시장에 대한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자료 자체가 없어 다들 제한적인 데이터만으로 시장을 바라보려고 하니 시장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할 수밖에 없다. 가끔 글로벌 리서치 회사를 통해 세계적인 컨설턴트들이 베트남 시장에 대해서 전화 자문을 요청하고는 하는데 다들 분석에 도움을 받을 자료가 없어 힘들어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숫자로 분석하는 방식이라면 60~70년대의 한국의 분석할 수 없다 지금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한국은 존재할 수 없다.
한국인에게 낯선 듯 익숙한 베트남이기에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베트남 사회 문화적 역사적인 측면에서 다루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내 나름의 분석은 객관적인 숫자가 뒷받침하지는 못한다. 베트남이라는 나라 자체가 수치화된 자료 자체가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중국 시장에 대한 데이터는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베트남 시장에 대한 데이터는 실제보다 많이 축소되어 있다’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 시장을 분석하려면 정량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잘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베트남 시장 상황이 이러다 보니 서양인들은 불명확한 베트남 시장에 대해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 이에 반해 눈에 보이는 숫자는 없어도 대략 짐작, 주관적인 ‘감’으로 일하는 것이 익숙한 한국인, 중국인, 대만인들은 베트남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채고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80년대 베트남에 집중 투자했다가 철수했던 일본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자신들의 전진 기지인 태국 대홍수로 인해 베트남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베트남은 지리적으로는 동남아 국가이지만 정서적으로는 유교문화권이자 한자 문화권인 동북아 국가이다. 그런데 베트남 시장은 매혹적 이게도 깐깐하고 절차를 중시하는 동북아의 유교 문화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동남아 특유의 개방성과 유연함이 잘 버무려져 있다. 거기에 더 해 180여 년 간의 프랑스 식민 통치로 유럽식의 음식 문화와 파티 문화가 얹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베트남은 동북아인에게도, 동남인에게도, 유럽인에게도 낯선 듯 익숙한 곳이다. 나는 지난 9년간 베트남에서 살면서 동북아인의 기본 정서를 바탕으로 동남아와 유럽의 성향을 뒤섞어 베트남 시장과 사람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동남아에서 절대적인 경제권을 장악한 화교들이 베트남에서는 힘을 못 쓰는 이유와 그렇기에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유에 관해 썼다. 특히 소비재 시장의 소비 결정권을 지닌 베트남 여성들의 전통적 위상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바탕으로 베트남 소비재, 화장품 시장을 설명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베트남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변화가 많은 활동적인 시장이다. 아무리 훌륭한 분석을 통해 어제까지의 베트남에 대해서 잘 분석할 수는 있으나 내일의 베트남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베트남은 모자이크 같은 시장인데 여러 사람의 분석이 각기 다른데 대체적으로 그 각기 다른 분석 모두 맞다. 이에 대해서는 베트남 연령대별 분석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크고 작은 한국 기업이 2019년 현재 7,500여 개,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20만 명.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이 15만 명. 베트남은 한국의 4대 교역국 가이지만 대한민국에 베트남어학과가 있는 대학은 단 4곳. 뜨거운 시장만큼이나 한국에서 준비된 베트남 전문가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부족한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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