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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Sep 27. 2019

베트남 오리온의 성공 비결


#베트남 제과 업게 1위 오리온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 중 베트남 진출 성공 사례로 언론 보도되는 사례를 보면 대부분 베트남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회사들이다.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0%를 책임지는 삼성전자라고 하지만 이는 모두 해외 시장을 위한 수출에 의한 매출이지 베트남 내수 시장에서의 성과가 아니다. 그 업체들의 성과 역시 훌륭하고 그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베트남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사업하면서 만들어낸 성과와는 또 다른 성격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해외 수출 기업 위주로 보도하는 이유도 그만큼 베트남 내수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한국 업체 중에 가치 있는 성과를 내는 업체가 손으로 꼽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9년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7,700여 개의 크고 작은 한국 회사 중 베트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업을 하나만 고르라면 단연코 오리온이다. 그간 국내 언론에서 ‘베트남 제사상에 오르는 초코파이’ 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다루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사진 설명, 베트남 일반 가정집에서는 돌아가신 부모님, 상점에서는 사업 번창을 기원하는 다양한 신을 위한 제사상을 올린다>


사실 베트남 제사상에 초코파이가 오른다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베트남 제사상은 한국에서처럼 1년에 한 번 차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집 한 곳에서 제사상이 모셔지기 때문이다. 꼭 초코파이가 아니라도 담배, 과일, 다른 과자 등등 매일 올려진다. 오리온이 베트남 시장에서 정말 대단하고 잘한 것들은 따로 있다.



#시장을 예측한 과감한 영업 운용


오리온이 베트남에 진출했던 2000년대 초반 소매유통점 95%는 재래식 구멍가게들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재래식이란 상점에 Pos 단말기가 없고 바코드 스캔 없이 손으로 계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형 할인점이야 오리온의 한국과 중국에서의 인기로 좋은 진열 공간을 확보하기 시작했지만 동네 슈퍼 마켓은 점 조직 형태의 대리상들을 통해서 납품해야 했다. 그런데 대리상들의 영업 관리는 주먹구구식인 데다 가격 정책이 지역별로 천차만별이고 물건 공급에 대한 횡포도 심해 제대로 영업을 할 수가 없었다. 이에 오리온은 주문 금액도 크고 편리한 대리상 영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구멍가게들을 상대로 직접 영업을 시작한다. 말이 쉬워 직접 영업이지 수많은 동네 구멍가게를 일일이 찾아가서 영업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오리온과 거래를 끊은 대리상들의 방해도 심해 애를 먹었다. 시장 진입자에게는 답답한 환경이었는데 오리온은 다음과 같은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골목 상권 공략을 위한 전국 규모의 영업 사원 운용


효율성을 강조하는 기업에서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영업 사원 한 명이 대리상을 상대로 영업만 잘하면 100~1,000개의 골목 상점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데 1,000개의 상점을 직접 영업하려면 최소 30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리온은 과감하게 결정했다. 당장의 효율성이 아닌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하기 위한 투자였다. 이 부분은 베트남에 진출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기업의 목표가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얻는 것이라지만 초기 투자 비용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인내심의 청소 영업 전략


오리온 영업 사원들이 상점을 찾아가도 점주들이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않았다. 오리온으로부터 물건을 공급받으면 잘 팔리는 다른 브랜드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대리상들의 협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오리온 영업사원들은 매일 찾아갔다고 한다. 찾아가서 이야기를 안 들어주니 주인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청소도구를 오토바이에 싣고 다니면서 상점 앞을 쓸고, 제품을 가지런히 정리해주고, 진열된 제품을 걸레로 닫아주러 다녔다. 받아 오는 주문 없이 허탕 치는 날이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매일 찾아가서 닦고 쓸었다고 한다. 그러자 점주들 하나둘씩 영업사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오리온 제품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제 아무리 대리상들이 갑질을 해도 마음이 움직인 점주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밀어 넣기가 아닌 컨설팅 영업 


점주들이 물건을 구매해주기 시작은 했지만 주먹구구식으로 가게를 운영하니 재고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수요 예측을 못했다. 재고가 바닥이 나면 급하게 주문을 하니 판매 기회도 잃고 영어 활동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그래서 오리온 영업 사원들은 오리온 제품뿐만 아니라 매장 전체 제품의 재고를 파악하고 수요 예측을 해주었다. 아무렇게나 진열되어 있던 제품을 판매가 잘 되는 브랜드 위주로 진열하고 부진 재고 오리온 제품 중 부진 재고는 프로모션을 통해 소진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판매 추이를 바탕으로 수요 예측을 해주고 적정 주문량까지 제시해주는 데이터 영업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점주 입장에서는 오리온 영업 사원들이 자주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가 언론에 소개된 베트남 오리온의 성공 비법이다. 여기에서 언론에 소개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잘 모르는 또 한 가지의 성공 비법을 소개한다 



#시장의 변화를 예측한 과감한 영업 방식


어떤 영업 방식인지 말하기에 앞서 간단하게 오리온 주요 제품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오리온 제품은 크게 @파이류와 @스낵류가 있다.

 

@ 파이류 : 초코파이, 카스터드,..

@ 스낵류 : 마린보이(고래밥), 스윙(감자칩), 오스타(감자침)…


초코파이와 커스터드와 같은 파이류는 일종의 빵이라 2000년대 초반 베트남에서는 간단한 한 끼 식사 대용으로 많이 팔렸다. 베트남 여성들은 체구가 작고 소비하는 편이라 초코파이 하나가 충분히 식사 대용이 되었던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 성공적인 경험을 한 오리온은 소비자들의 경제 발전에 따른 소비형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한 끼 때우는 파이류 보다는 먹어도 딱히 배가 부르지 않은 심심할 때 먹는 ‘바삭바삭하게 씹히는 스낵류’의 매출이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스낵류는 파이류 보다 판매 단가도 높은 아이템이다.


그래서 오리온은 영업 사원을 #파이 담당 영업 사원과 #스낵 담당 영업 사원으로 조직을 분리 확대 운영한다. 여기에서 오리온의 과감하면서도 혁신적인 영업 운용 방식이 보여준다. 베트남 진입 초기 과감하게 영업사원을 확대한 것도 기존 회사들의 효율 측면에서는 좋지 않은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한 가게에 초코파이를 납품하는 영업 사원과 고래밥을 납품하는 영업 사원이 별도로 운영되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오리온은 과감하게 분리해서 영업 인력을 운용했다 왜냐하면 #파이류에서 #스낵류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지만 아무리 영업 사원들한테 이야기해봐야 당장 매출하기 편한 초코파이와 커스터드만을 판매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영업 사원 입장에서는 초코파이를 팔든 고래밥을 팔든 자신의 매출 달성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미 중국에서 간파한 오리온은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영업 조직을 카테고리 별로 나누어 별도 관리를 한 것이다. 


오리온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베트남 소득 수준이 올라오자 스낵류의 매출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매출 비중이 작았던 스낵류 영업 사원들이 사전에 열심히 준비한 결과 좋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재원 근무 기본이 10년  


일반적으로 베트남으로 주재원 파견 온 담당자들의 근무 연한은 3~4년이다. 한국 회사들의 고질적인 병폐가 비용 절감을 위해 새로 온 부임한 사람이 1주일 간의 짧은 인수인계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파악하게 한다는 것이다. 부임한 사람에게 1주일은 자신과 가족이 살 집과 애들 학교 알아보는 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전임자의 경험과 노우하우를 어찌 전수받을 수 있겠는가.


오리온은 그래서 주재원들이 한 번 파견 나오면 기본이 10년 근무이다. 주재원으로 파견 나올 때 베트남어를 충분히 익히도록 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보통 해외 한 지역에서 5년 이상 거주하면 이민자라 부르는데 오리온은 주재원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원을 이민을 보내는 것이다. 베트남 현지 직원 입장에서도 베트남에 새로 부임받은 사람이 현지 상황을 모르고 한국 방식으로 운영을 하려고 하면 많은 갈등을 빚는다. 사업 진행의 연속성도 없어져 혼란을 겪은 베트남 직원들이 회사를 옮기기 일쑤다. 게다가 의사소통도 안되어서 통역이 호가호위를 하는 경우도 많다 오리온은 이런 상황에 맞추어 과감하게 10년 이상 장기 파견을 보낸다. 말 그대로 베트남 전문가를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법인의 모든 히스토리를 알고 있으니 업무 진행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베트남 시장만을 위한 신제품 출시


최근 오리온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시장이 정체되기 시작하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베트남 소비자들만을 위한 신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트남에는 하노이 / 호찌민 두 곳에 공장과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소까지 갖추어져 있어 가능하다. 사실 오리온은 한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베트남으로 들여올 때에도 베트남 기후와 베트남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변형해서 생산한다. 오리온 초코파이의 핵심인 마시멜로는 판매되는 나라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전 세계에 유통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상품을 현지에서 제조하더라도 한국 맛 그대로를 재현해서 팔아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리온은 오랜 시간 동안 해외 사업을 해오면서 해외 시장마다 그 특성이 다르고 그 특성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니 대응 방식이 다르다. 제품 이름도 과감하게 그 나라에 맞게 바꾸어 버린다. 필자도 베트남에서 일을 하면서 항상 겪는 어려움이 베트남 현지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적극 팔고 싶어도 한국에서 주력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팔기 힘든 주력 상품 중심으로 팔고 평가 역시 주력 상품으로 평가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오리온 베트남의 성공 사례를 나름 상세하게 적는다고 적어 보았지만 실제로 유통 관련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리온의 과감한 선택이 얼마나 큰 결단이고 혁신적인 것인지 알기 어려울 것이다. 행여 안다고 하더라고 저대로 따라 하기에는 비용의 효용성 이유로 인해서, 성공이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해서 쉽게 따라 하기 어려워 보인다. 성공하는 기업에는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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