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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Sep 28. 2019

왜 베트남 시장인가
–7화. 대기만성형 성장 모델


대부분의 한국 기업과 한국 분들에게는 지난 10년간 폭발적 성장한 중국 시장에서의 경험이 해외 시장이 이상적인 모델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Post China로 각광 받는 베트남 시장에 대한 장미빛 환상만 안고서 베트남에서 사업해보겠다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나날이 늘어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금 당장은 아닌데 몇 년간 적자가 나더라도 참고 견디실 수 있으신지’ 확인하고 또 여쭈어 본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중국에서처럼 크게 ‘한 방’, 최소한 3년 안에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나 중국에서 꽤나 괜찮은 결과를 얻어 내신 분들은 ‘나도 중국에서 해봤다’, ‘내 중국에서의 경험을 무시하느냐’며 불쾌해 하시는 경우도 많다. 지난 10년간 베트남 시장이 중국과는 확연히 다른 시장이며 단숨에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이야기를 해도 내 말을 무시하셨던 분들의 대부분은 2년이 채 안되어 베트남 시장에서 씁쓸하게 떠나셨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기억을 잘 더듬어 보시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 마음 먹은 대로 안된다’, ‘만만디 중국 시장 성질 급한 한국 기업 속앓이’ 라는 헤드라인을 장식한 국내 언론보도가 많았다. 지난 10년간 황금알을 낳던 중국 시장도 처음에는 더디게 성장하다가 내부적으로 인프라가 구축되고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들이 점점 형성되어가면서 급성장하게 된 것이다. 베트남도 그 과정을 겪고 있고 이제 곧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시장이 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그 방식은 대기만성형 경제 발전이다.


<태국인도 모르는 태국 제2의 도시>


태국법인 직원들에게 태국 제2의 도시가 어디인지 물어 본적이 있다. 대부분은 당황하면서 대답을 못하거나 일부 직원들이 ‘파타야’나 ‘치앙마이’를 말하기도 한다. 20여년 전에는 태국 남부 휴양 도시 파타야가 태국 제2의 도시였으나 치앙마이 출신의 탁신이 2001년 총리가 되면서 치앙마이가 태국의 제2도시가 되었다. ‘인구 11만의 파타야’, ‘인구 30만의 치앙마이’는 ASEAN 최대 소비,유통 국가인 태국의 두 번째 도시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가 초라하다. 

                                                                  

과거 태국은 국가 예산의 80%를 방콕에 쏟아부었다가 탁신 총리가 자신의 고향인 치앙마이 발전을 도모하면서 예산의 70%를 방콕에, 10%를 치앙마이로 조정한다. 그렇게 되면서 지난 20여년간 치앙마이가 태국의 제2도시가 된다. 연거푸 말하지만 그러기에는 제2의 도시라는 타이틀이 초라하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익을 내고 싶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는 매력적인 곳이다. 태국에 진출하려면 방콕으로, 말레이시아는 쿠알라룸프르, 필리핀은 마닐라 한 곳에 진출하면 국가 전체 시장을 진출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 태국 대홍수 때 방콕이 물에 잠기면서 국가 경제 전체가 침수 당하는 상황을 겪었다. High risk, High Return이다. 그런 면에서 베트남은 그 동안 답답하기 그지 없는 분산된 시장이었다. 



<분산 성장 외국인은 답답, 내수 시장은 튼튼>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려면 하노이와 호찌민 두 곳에서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데 '하노이- 호찌민' 거리보다 '호찌민 - 방콕'이 훨씬 가깝다. 그만큼 분산된 먼 거리가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크나큰 리스크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때 인구 1억명의 젊은 인구로만 생각하지만 하노이와 호찌민 두 곳 동시에 법인을 운영하시는 것이 아니면 시장 구역으로서는 인구 5,000만 명 미만의 베트남 남부나 베트남 북부 시장으로 나누어서 봐야 한다. 호찌민, 하노이 두 곳에 법인을 운영했을 때의 비요 투입 대비 효용은 당연히 떨어졌다. 대륙 기질이 강한  북부와 해양 문화인 남부는 서로 많은 것이 다른 시장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현지 호찌민 사람들도 하노이에서 사업하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긴 나라이다 보니 북쪽과 남쪽의 문화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인구 1억의 매력적인 시장이 확 쪼그라 드는 심정이실테다. 


하지만 이러한 균형 성장은 베트남 자국민 입장에서는 너무도 좋은 일이다. 어느 한 곳이 외국 투자자들 때문에 급격히 성장하고 빈부의 격차가 심하게 난다면 필리핀처럼 불행한 나라가 된다. 베트남도 방콕처럼 호찌민이나 하노이 중 한곳에 집중 투자되었다면 꽤 성숙한 시장이 되어 있었겠지만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는 나라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베트남 2개의 메가 시티, 3개의 광역도시


베트남 최대 경제 도시 호찌민은 실제 거주 인구 1,300만 명, 수도인 하노이는 인구 850만 명. 나머지 3개 광역도시인 하이퐁은 200만, 중부 다낭은 130만 남부 껀터는 150만 명이다. 


        

저자가 베트남 정부가 다른 어떤 아세안 국가보다 현명하고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보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국토 균형 발전이다. 2000년대 말 베트남 정부는 남부에 집중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고 북쪽으로 투자 유치를 이끌어 북부 지역이 빠르게 반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하노이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박닌성에 삼성전자 핸드폰 공장을 유치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들어오자 삼성전기, 삼성 SDI 등 계열사와 그 협력 업체까지 30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하는 거대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었다. 베트남 국가 전체 GDP의 20% 이상을 삼성 그룹이 만들어 내고 있으니 하노이 북부의 발전이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졌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의 선전에 오랜 라이벌 기업인 LG는 베트남 북부 하이퐁에 LG그룹 산업 단지를 재정비했다. 90년대 말 베트남에 그룹 차원에서 진출했던 LG그룹이었지만 너무 이른 진출로 실패를 맛보았지만 절치부심 하이퐁에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의 LG그룹 계열사들 및 그 협력 업체들 중심으로 하노이와 하이퐁 사이에 추가로 공단을 조성하고 수출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도로를 새로 만들고 북부 베트남을 발전시키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중 무역 전쟁이 발발하면서 외국 기업들의 탈중국 러쉬가 베트남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중국 기업들마저도 미국의 관세 전쟁을 피하고자 베트남 북부로 옮겨 오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 중부 지방의 대표 도시 다낭은 일찍히 베트남 정부가 스마트 시티로 지정하고 상업, 휴양도시로 발전 시키고 있었는데 절묘한 타이밍에 한국에서 다낭으로 관광붐이 일면서 다낭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물론 한국인 관광객 뿐만 아니라 중국의 수 많은 자본이 다낭에 투자를 하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밀려들면서 가속 성장을 하고 있다. 


 5대 도시 중 마지막으로 남은 베트남 최대 곡창지대이자 농수산물 수출 기지인 컨터는 아직 이렇다할 성장 호재는 없지만 캐나다 기업이 호찌민과 껀터를 잇는 고속철도 투자 방안을 내놓았고 한국 기업들 중에도 농수산물 관련 협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 정부는 다른 ASEAN 국가들과 달리 특정 도시 한 곳에 모든 것이 집중되지 않게 외국인 투자를 분산시키고 있다. 외국인 투자와 국가 예산이 분산되어 쓰이다 보니 국가 발전이 더딜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명하고 어느 한 쪽에 치우지지 않는 베트남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성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베트남의 부흥을 위해서라면 흔들림 없이 지금 기조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저자가 지난 10여년간 베트남 시장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온 근거이자 이제 베트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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