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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Feb 18. 2018

해외 사업 '한류 팔이는 그만'

소비재, 유통 사업은 현지 고객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해외에서 고생하며 매장을 운영했을 롯데마트 주재원들의 심경을 헤아리면 분통 터지고 복장 뒤집어질 일이다. 하지만 중국 사업을 중단할 것이 아니라면 단순하게 ‘사드 보복’으로만 국한되어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해외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을 해보아야 한다.


누군가가 그랬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유통, 소비재 기업이라면 현지 소비자에게 
현지 기업으로 오인되게 하거나 그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야만 한다' 



유통업과 소비재 산업은 소비자의 감성을 매만지고 건들어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기능이 좋고 편리하고 싸고 맛있다는 이유만으로 팔리지는 않는다.


롯데마트나 이마트가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 기업처럼 보이려고 노력을 했을 리는 없다. 오히려 한류 열풍에 힘 입어 한국 전용 상품관을 설치하고 한국 중소기업 제품들을 소싱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었으니까 말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상품을 해외에 수출 통로 역할을 해주니 고맙지만 중국 입장에서 자국 산업 파괴자인 것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유통 업체가 중국에서 우리 중소 기업 제품들의 해외 판로를 개척해준 고마운 존재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 회사이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자국 산업을 파괴하는 존재로 보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중국 롯데마트에 진출 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쌓았다' 이런 것 보다는 '중국의 우수한 브랜드를 한국 롯데마트를 통해 수출했다'라는 말이 현지 언론에서 나오게 했다면 어땠을까?자국의 돈을 빨아들이는 외국 기업이 아니라 자기네 산업에 도움을 주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면 롯데마트가 공공의 적이 되어 퇴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류'나 'Made In Korea'만으로 해외 고객에게 접근해서는 안돼



현지인들을 사로잡을 드라마틱한 사회 공헌 활동을 했거나 현지 직원들이 정말 최고의 회사라고 생각할 만한 인력 운영을 해 온 것도 아니다. 말이 쉽지 이익 창출이 우선인 기업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는 건 사실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그래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 자국 유통, 소비재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롯데마트 사태는 계속해서 벌어질 일에 대비해야 한다.


<이스라엘 국민 차 대접을 받았던 Subaru, 이 때문에 아랍국가들의 보이콧을 당했다>


이스라엘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지인의 경험담이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과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 모든 글로벌 주재원들에게 철수 명령이 내려졌고 모두들 급히 떠났다. 그런데 일본 자동차 브랜드 SUBARU 주재원은 끝까지 자기 사업장을 지켰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을 저버린 글로벌 브랜드들에 등을 돌렸고 그동안 무명 브랜드였던 SUBARU는 시장 점유율 60% 까지 끌어올리며 국민 브랜드가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끝까지 이스라엘에 남아 있던 주재원이 타고 다니던 차량의 모델은 오랫동안 품절 상태가 되었단다.


<1997년 외국 기업들이 떠날 때 오히려  대우는 베트남에 진출했고 회사가 없어진 지금도 사랑 받는 브랜드로 남아있다>


그 비슷한 한국 기업의 사례는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우가 베트남에 진출한 90년대 모든 외국 기업들이 베트남 시장을 단념하고 철수할 때 끝까지 남아서 하노이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대우는 지금도 하노이 사람의 기억 속에 국민 기업 못지않은 이미지가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호찌민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GM대우가 하노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노이에 있는 대우 호텔은 낡고 오래되었지만 롯데호텔이 인수하려던 것을 베트남 사람에게 상징적인 곳이었기에 베트남 현지 기업이 인수하게 했다.


<2011년 태국 대홍수>


아모레퍼시픽 태국 법인장으로  2011년 태국 대홍수 때 일시 철수하라는 회사 지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콕에 남았다는 일화도 있다. 다른 외국인 주재원들은 탈출 러시인데 매장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을 격려해주니 현지 직원들이 싫어할 리가 있겠는가. 경쟁사 글로벌 브랜드 Boss들은 모두 도망갔는데 직원들 통해 자신의 외국인 보스에 대한 이야기가 고객들에게도 소문이 나니 태국에서 설화수 성공 사례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 것이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건설업, 해운업 그리고 해외 생산 수출을 위한 공장 진출이 주를 이루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이 유통, 소비재 산업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면 물건을 팔기 전에  현지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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