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앙큼대마왕 Feb 19. 2018

아세안이 베트남은 아니다

중국인이 한국을 잘 모르듯 말레이시아인 역시 베트남을 잘 모른다

언어는 어떤 것을 한정 짓고 속박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느닷없이 무슨 소리인가 하면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잠깐 배운 적들이 있을 텐데 종이에 '나무'라고 표기를 하면 사람들 마다 떠올리는 나무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단풍나무, 버들나무, 은행나무... 등등


 사람들 마다 '나무'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천양 지차                         

                         

그래서 언어는 표현을 하는 '문자'와 본래 전달하고자 했던 그 '내용'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느닷없이 언어학 수업 시간에나 하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아세안'이라는 잘못된 규정 때문이다.


한국, 중국, 일본이 각기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듯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는 언어도 문화도 판이하게 다른 나라


우리가 '동남아', '아세안'이라고 부르다 보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같은 아세안 국가들이 같은 문화권이고 서로 통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이 '한국, 중국, 일본'은 동아시아 국가이니 서로 통하고 문자도 비슷하지 않냐'라고 우리에게 물어보면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완전히! 레알! 다르다고 강하게 부정한다.


'니네 검은 머리에 생긴 것도 비슷하고 같은 유교, 한자 문화권인 데다 수 천년을 교류하면서 살아왔는데 다르다고?' 라며 재차 물어보면 '완전 다른 나라라고!!' 라며 소리지르며 답답해하지 않으시려는가?


EU와 달리 아세안은 비슷한 문화권이 아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중에는 베트남 현지 법인의 디렉터나 법인장급으로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직원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같은 아세안 사람들이니까 서양 사람인 자기들보다 잘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하지만 베트남 직원들과 최악의 상황까지 가면서 1~2년을 못 버티고 돌아가는 모습을 참 많이 봤다. 최근에 베트남에 어마어마한 물량을 쏟아부으며 투자하고 있는 태국의 최대 유통 기업은 로열 패밀리가 직접 와서 관리를 했지만 결국 직원들에게 일을 넘기고 두 손 들고 나가 버렸다. 태국인 역시도 외국인이고 베트남 정치, 사회,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일해야 하는 입장인데 '같은 아세안 사람'이라는 잘 못된 규정이 비즈니스를 망치는 것이다.


미국 본사 CEO 눈에 일본과 한국이 비슷해 보인다고 일본 사람을
한국 지사장에 임명한다면 한국에서 사업을 잘 할 수 있을까?

쉽게 말하면 '미국의 기업이 한국과 일본은 같은 아시아 국가이고 이웃한 나라이니 한국 지사장으로 일본 사람을 보내야겠다. 그리고 일본인 지사장이 제안하는 방식대로 한국 시장을 공략해야겠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니 한국에서 하던 방식을 고스란히 베트남에서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 중국에서 하던 방식을 베트남에서 하면될 것이라는 생각.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그걸 무슨 절대 바이블처럼 생각하지 마시길...


가끔 나를 '동남아 전문가'라고 소개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절대 동남아 전문가가 아니며 베트남 이외 다른 나라는 잘 모른다. 아세안 국가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 보다 상황을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덧붙이는 말 : 굳이 (굳이!) 아세안 국가별로 권역을 묶는다면


A 그룹 :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화교 그룹
B 그룹 :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무슬림 말라이 그룹
C 그룹 : 태국, 라오스 일부 , 캄보디아 일부
D 그룹 : 베트남, 라오스 일부, 캄보디아 일부
E 그룹 : 미얀마
F 그룹 : 필리핀


- 필리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시아 문화권이 전혀 아니다. 스페인, 미국의 200년 지배 때문에 서구 문화에 가깝다.


뭐.. 이렇게 묶는 것도 의미 없고 그 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화낼 요소이지만은.. 굳이 언어문화적으로 억지로 엮는다면... 나는 저렇게 굳이 (굳이!) 아세안 권역을 구분한다.

작가의 이전글 비긴어게인과 해외 사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