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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an 24. 2022

7. 베트남 시장 발전 풍향계

베트남이 빠르게 발전해가고 있지만 시장을 예측하고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와 통계가 많이 부족하다. 그나마 어렵게 구하는 객관적인 자료들은 2~3년전 수치들이라 하루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베트남 시장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하는데 부족함이 많다. 베트남에 진출한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바로 이 객관적 자료 부족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특히나 숫자가 명확하게 나와있는 정량적인 자료를 선호하는 서양 기업들이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 


하지만 베트남 시장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객관적인 지표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소비 행태가 점점 선진국 시장을 닮아가고 있고 베트남 소비자들의 삶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모습들이 있다.

 

<급격히 성장하는 베트남 반려 동물 시장>


베트남 애견샵이 차량을 개조해 찾아가는 애견 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펜데믹으로 전세계 사람들이 집에서 격리를 당하면서 일시적으로 반려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대폭 늘었다지만 베트남은 성공적인 방역으로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상 생활을 즐기고 있어 코로나 펜데믹과 반려 동물 증가 상관 관계가 특별히 없어 보인다. 최근 2년~3년 전부터 베트남 중상층, 상류층 거주지를 중심으로 반려견과 산책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호찌민 시내 곳곳에 펫 용품 매장, 펫 미용샵, 펫 호텔 등이 눈에 띄게 늘었다. 데리고 나오는 반려견들도 100~200만원하는 해외 견종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베트남 경제가 발전하면서 반려 동물 시장도 성장하고 있을 것으로 막연하게 추정하고 있었다. 막연한 생각을 이번 칼럼을 통해 증명해보기로 하고 자료를 찾아 보았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 자료를 KOTRA 호치민 무역관에서 정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19년 3년 동안 반려견 개체 수는 13.7% 늘었는데 개용품 시장은 45.1% 성장으로 반려견 증가 보다 3배 더 성장했다. 사람들의 먹을 것을 걱정하던 빈곤국에서 소득 수준이 늘어 애완동물을 위해 다양한 비용을 지출하는 중진국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유학생 수 증가>

 

베트남 반려 동물 시장이 커지는것과 베트남 경제 성장이 궤를 같이 하고 있는듯 보이는데 다른 한편으로 베트남 사람들이 실제 소득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부모들이 자녀들을 해외로 유학 보내는 숫자의 증가이다. 한국에서도 해외 유학을 보내려면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베트남에서 서구권 국가로 유학을 보내려면 소득 수준이 꽤나 상당해야 가능하다.

2019년 11월 국제교육협회(IIE)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공부하는 베트남 유학생 수가 18년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 11월 미국 국제교육연구소 (The 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의 발표에 따르면 베트남 유학생은 2만 3,777명으로 미국 전체 유학생의 6위를 차지했다. 캐나다 이민국 자료에서도 캐나다로 유학을 간 베트남 국적자가 2016년 5,320명에서 2017년 9,875명, 2018년 12,385, 2019년 11,685명으로 늘어나 2016년 대비 2019년에 유학생 수가 119.6%가 증가했다. 


일본으로 유학을 가는 베트남 학생 역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유학생 증가 숫자에서 또 한 가지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은 서구 선진국에서 유학을 하다가 베트남으로 복귀한 젊은층들이 베트남 소비 문화를 빠르게 변화 시키고 있는 주요 요소라는 것이다. 베트남 식음료 시장, 화장품 시장, 여행 시장 등등의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직감적으로는 해외 유학생 숫자 증가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직접적인 연관성을 정량적으로 증명하는 자료가 몇 년이 지나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베트남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을 것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업종들은 무엇이 있을까? 필자가 몸 담고 있는 화장품 업종 이외에 몇 년간 지켜보고 있는 산업 또 한 가지를 소개한다.


<신선식품, 유기농 식품 시장>


2018년 경부터 호치민 도심 곳곳에 유기농 식자재 매장, 유기농 과일 전문점, 유기농 식당들이 하나 둘 생기더니 대형 할인점 내에도 유기농 과일을 별도로 진열한 공간이 늘고 있다. 시장 점유율 41%로 베트남 1위 슈퍼마켓 체인인 Co.op (꿉) 마트는 최근 최고급 슈퍼마켓인 Finelife 4개 매장을 런칭하고 과일, 채소, 유제품 물론 화장품과 같은 공산품까지 17,000여개의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인당 국민 소득 3천불이 채 안되는 곳에서 정말 이런 고급 시장이 성장하는 것이 맞느냐고 의구심을 갖는 분들도 있겠지만 뒤늦게 이 시장에 대한 수치화된 보고서가 나올 때 즈음에는 누구나 아는 만큼 시장은 커져 있을 것이다.



유기농까지는 아니지만 베트남 소비 트렌드를 빨리 읽은 유통 업체가 신선하고 깨끗하게 손질된 농수산물을 공급하며 성업 중이다. Mobileworld라고 하는 베트남 1위 핸드폰, 전자제품 유통 판매 업체가 2018년 Bach Hoa Xanh (박 호아 싼) 이라는 신선식품 전문 유통 업체를 런칭해 2019년 600여개, 2020년 700여개 신규 점포를 연달아 오픈하며 2021년 11월 누적 2,026개 점포에서 26조 3000억동 (한화 1조 3150억원)을 기록했다.


 수산물과 축산물을 냉장, 냉동 보관도 하지 않고 판매하는 비위생적인 재래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구매하는 베트남 소비자들이 구매 패턴을 바꾸겠다며 150~200 m2 (45평~60평)규모의 중소형 수퍼마켓 형태로 신선한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Bach Hoa Xanh은 2021년 올 해 500개 추가 점포 개설을 목표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신선식품 시장과 함께 움직이는 콜드체인>


이렇게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신선 식품 시장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이 신선 식품을 배송할 수 있는 냉장,냉동 물류인 콜드체인 시장이 덩달아 커질 수 밖에 없다. 태동한지 얼마 안된 베트남 편의점 산업도 콜드체인 산업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 인구 5천만명의 대한민국 편의점 수가 약 5만개인데 인구 1억의 베트남 편의점 수가 3천여개이니 앞으로 최소 한국 만큼의 편의점 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적어 놓으면 딱히 와닿지 않은 독자들이 많으실텐데 필자 개인 경험을 이야기 드린다. 이제 11년 째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 쉽사리 신선한 우유를 사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된지 5년 정도 밖에 안된다. 영세한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냉장고가 부족해 유통 기한이 2달이 넘는 멸균 우유만 판매했고 그나마 대형 할인점에서나 우유를 살 수 있는데 가격은 1L에 한국 돈 2,500원 가량으로 한국과 가격 차이가 없다. 공장 노동자 한 달 월급이 25만원이니 베트남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우유가 꽤나 비싼 식품이다. 최근 5년 사이 편의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그나마 신선한 우유가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호치민 같은 1위 경제 도시에서의 일이다. 



베트남 경제가 성장할수록 덩달아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산업들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앞으로 잘될 사업이라고 예측하고 미리 준비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에서는 무엇을 하느냐 보다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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