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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Feb 23. 2022

20. 사교육 열풍의 베트남

급여가 높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상위권 대학 출신이어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명문 중, 고등학교에 입학은 당연지사. 초등학생 때부터 과외를 해야 하고 가능하다면 유치원생때부터 영어, 수학 과외를 시켜서라도 자녀들 성적을 높이려는 부모들. 서울 강남 대치동의 이야기가 아닌 베트남 대도시 부모들의 이야기이다. 


베트남 공부방 풍경, 보통 현직 교사들이 운영한다



2010년 교육과학사에서 발간한 『사교육: 현상과 대응』에 따르면 베트남 중학생 76.7%가 사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비해 같은 시기 한국 중학생의 77%, 일본 중학생의 75.7%가 사교육을 받았다. 한국 못지 않은 베트남 사교육 비율은 먹고 살기도 버거울 것 같은 ‘동남아의 못사는 나라’ 베트남에 대한 한국인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2019년 1월 영국에서 진행된 세계교육포럼에서 베트남 교육부 장관은 베트남 현지에서 소비되는 교육비의 경우 2000년 USD 11.1억달러(한화 약 1조 3000억원)에서 2018년 140억 달러 (약 16조 8000억원)으로 12배 이상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꾸준히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베트남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2022년 현재 소득 수준이 높은 하노이, 호찌민 같은 대도시에서의 사교육 비율은 9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대부분의 부모들이 오토바이로 아이들을 등교 시킨다


l  대학 입학을 위한 영어 시험 광풍의 베트남


요즘 베트남 중고생들은 IELTS (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준비에 여념이 없다. IELTS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이 주관하며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에 유학, 이민, 취업을 하려는 외국인들 위한 영어 능력 시험이다. 그런데 베트남 주요 대학들이 변별력 떨어지는 고등학교 영어 내신 성적 대신 IELTS를 입학 성적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경제적 여력이 있는 베트남 중상류층들 중심으로 자녀들 고액 영어 과외에 여념이 없다. 



최근 Tuoi Tre (뚜오이 쩨), Lao Dong (라오 동) 등 베트남 주요 언론들은 IELTS 6.5~7.0을 받고도 베트남 명문대학 합격에 불안해하는 학부모 이야기를 보도했다. IELTS 6.5~7.0이면 토익 점수로 변환했을 때 대략 900~950점 이상으로 캐나다 주요 대학 입학 요구 조건에 충족하는 수준이다. IELTS 준비를 위해 우리 돈으로 수 백만원에 해당하는 학원비와 과외비를 지출하는 부모들에 관한 기사는 베트남 공장 노동자들의 한 달 급여가 30만원이 채 안되는 사실을 감안하면 베트남에서도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씁쓸하다.


저녁 늦게 학원에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학부모


베트남의 교육열이 한국 못지 않은 이유는 지리적으로는 동남아 국가이지만 문화적으로는 한, 중, 일과 함께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 국가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는 베트남은 1075년에 과거제도가 도입된 이래 1919년까지 844년간 시험을 봐서 국가의 인재를 뽑는 나라였다. 그래서 베트남 사회, 문화 전체적인 분위기가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해 가문을 일으켜 세우는 ‘입신양명’이 당연시된다. 현실적으로는 높은 급여를 주는 좋은 직장을 보장해주는 명문대학에 가기 위한 교육열인데 한국과 비슷하다.


베트남 정부,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디지털 교육 확충


베트남 정부는 양질의 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 인프라 확충을 국가적 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손재주가 좋은 값싼 노동력과 미중 갈등 덕분에 베트남이 생산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지만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생산성 효율이 낮아질 것이 머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ODM 제조국으로 그치는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산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낼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08년부터 국가 예산의 20%를 교육 사업에 집중하고 있고 특히 디지털 교육 사업 확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1년 7월 베트남 정부는 2023년까지 중, 고등학교 및 직업 학교 80%, 전국 대학의 90%에서 온라인 교육이 원활하게 실현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 예산의 20%라고는 하지만 베트남 전체 GDP의 절대적 규모가 선진국들에 비해 적은데다 빠르게 발전하는 시장 성장 속도에 정부 주도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미디어 리서치 업체 Hootsuite에 따르면 2020년 베트남은 인터넷 보급률 70%, 스마트폰 보급률 63%로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IT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 에듀테크 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교육과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한 에듀테크 산업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재택수업을 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 평가 업체 Vietnam Credit에 따르면 베트남 에듀테크 시장은 2019년 20억 달러 (약 2조 4천억원)에서 2021년 30억 달러 (3조 6천억원) 시장으로 50% 급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의 다양한 교육 기업들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창출해내고 있다. 


베트남 에듀테크 기업 현황


베트남 교육 기업 최초로 자체 콘텐츠를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 대학에 수출한  Topica는 2018년 싱가포르에서 5천만 달러를 투자 유치했다. 베트남 1위 ICT 기업이자 IT전문 종합대학을 운영하는 FPT는 초중등학교에 교육 콘텐츠 제공 사업을 하고 있는데 4만개 학교에서 300만개 계정이 활성화되고 있다. 하노이를 기반으로 대학, 중고등학교를 운영하면서 영어 교육 학원과 유학원까지 운영하는 EQuest 교육 그룹은 미국 사모펀드 KKR로부터 US 1억 달러를 유치했다. 영어 발음을 향상 시키는 App을 운영 중인 Elsa는 100개국에서 1,300만명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데 구글의 벤처 캐피털을 비롯한 여러 전문 자회사로부터 1,500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에듀테크 사업의 선두주자인 한국 교육기업들도 베트남 시장에 문을 두드리지만 쉽사리 열리지 않고 있다. 외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베트남 교육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교육 라이선스와 각종 인허가 획득에 오랜 시간과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한국 기업 스스로 다 하려고 하지 말고 합작사 형태로 현지 파트너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국 기업은 교육 콘텐츠와 사업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베트남에서 사업 운영은 현지 기업이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빠른 사업 진행의 묘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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