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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Mar 03. 2022

베트남 서민들의 음식 껌 땀에 김치가!!

1

베트남에서는 Cơm Tấm (껌 땀)이라 부르는 메뉴가 있는데 Com은 '밥'  Tấm'은 쌀 도정 중에 깨진 쌀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Broken Rice, 우리 말로는 '부서진 쌀밥'이라는 뜻입니다. 이게 처음에는 월남미가 잘 날아다니고 쉽게 부서져서 그런가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메뉴에는 베트남의 가슴 아픈 현대사가 숨겨져 있습니다.




지금이야 베트남이 세계 1~2위 쌀수출국가이지만 1986년 개혁개방을 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쌀이 부족해서 수입해다가 국민들에게 배급을 해줬었습니다. 농민들이 쌀이 부족하다 보니 쌀을 탈곡하다가 부서진 쌀은 팔 수 없으니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어서 모아다가 먹었다고 해서 Broken rice가 되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부서진 쌀로 지은 밥은 가격이 저렴해서 가난한 노동자와 학생들이 주로 사먹구요. 껌 땀은 본래 아침 식사로 많이 먹다가 어느 순간 점심에 많이들 먹는데 여전히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즐겨 메뉴입니다. 가격은 고르는 반찬 종류와 가짓수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25,000동 ~ 45,000동 (1300원 ~ 2300원) 내외입니다.



2.

저도 12년 전 베트남에 처음 와서 어학연수를 할 때에는 점심때마다 이 껌 땀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가장 맛있는 메뉴는 양념 돼지갈비입니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에 숯불에 구운 돼지갈비인데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습니다.  그 외 메뉴에는 계란 장조림, 계란찜, 각종 채소, 생선찜 등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밥에 숯불에 구운 양념 돼지 갈비를 같이 먹는다


이것저것 반찬 한가득 입 안에 넣고서 맵디매운 월남 고추 한 입 베어 물면 밥이 쓱쓱 들어갑니다.


3.


신기하게 접시에 쌀밥 한가득 얹어서 원하는 반찬을 골라 주문해서 먹는 것이 동남아 대부분의 국가의 점심 문화라는 것입니다. 제 눈으로만 직접 확인한 국가는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싱가포르입니다.


왼쪽부터, 싱가포르 / 베트남
왼쪽 인도네시아 / 오른쪽 말레이시아


맥주 한 잔에 1만 원 훌쩍 넘는 살인적인 물가의 싱가포르에서도 밥에 채소류 2개, 고기류 1개 얹어 먹으면 3~4천 원 정도밖에 하지 않아 싱가포르 서민들이 즐겨사먹습니다.


대륙의 영향이 강한 하노이를 비롯한 북부 지방에서 보다는 호찌민을 위시로 한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많이 먹는 것이 아무래도 동남아 특유의 특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4.

얼마 전 주말에 시내에 나갔다가 껌 땀의 수많은 반찬 중에 김치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배추김치를 좋아해서 베트남 마트에 가면 베트남 사람 입맛에 맞는 배추김치를 파는 반찬 코너가 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껌 땀에 김치가 있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음식에는 그 나라의 문화, 역사, 사회상, 날씨, 기후 등등 모든 것이 반영되는데 이제 서민들의 일상에도 한국의 김치가 베트남에는 녹아들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베트남 사람들이 무지한 중국 네티즌들처럼 김치가 중국 음식이라는 말은 절~~~~~~~~~~~~~~~~대 아무도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중국인은 김치가 한국 전통 음식인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중국 음식이라는 무식한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베트남이라는 나라는 반드시 성공한다'라고 말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베트남 사람들의 '개방성' 때문입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다른 나라 문화를 고스란히 인정하면서 모자이크처럼 다채로운 자신들의 문화로 받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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