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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Dec 27. 2022

차세대 재생 에너지 선진국 베트남

가깝고도 먼 아세안. 3


2022 G20 발리 정상회담에서 유럽연합국가들과 미국이 주도하고 아세안 국가들이 적극 호응하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과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 제한목표 달성’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 탄소중립 의제는 앞서 8월에 발리에서 열린 ‘G20 환경 기후장관회의’,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COP27)’ 등 여러 국제회의의 연장 선상에서 이루어진 아주 중요한 이슈이다. 특히 유럽으로 수출하는 제조 공장이 집중된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에게는 EU에서 시행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 (CBAM)’에 대응하지 못하면 수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전 세계 경제계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수입되는 품목 중 제조 운반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탄소 배출 세금을 부과하고 2034년에는 이 제도를 완전히 정착시키기로 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탈탄소를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여력이 없는 아세안 국가들이 기한 내에 탄소 중립화를 이룰 수 있도록 EU와 미국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번 G20 발리 정상회담에서는 이와 관련한 중요한 행사가 있었다. EU연합과 영국, 노르웨이, 캐나다는 G20 발리 정상회담 기간 중 인도네시아를 ‘공정에너지 전환 이행 파트너십 JETP (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 두 번째 국가로 선정하고 3년~5년간 200억 달러(한화 26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JETP는 석탄 수출 세계 2위 국가이자, 세계 10대 온실 가스 배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석탄 발전 위주에서 친환경적이고 환경오염이 적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단계적으로 석탄 사용량을 줄이는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광부와 그 가족인 여성, 청소년들의 안정적인 생활과 교육, 새로운 일자리 창출까지 지원한다.


가운데 베트남 팜 민찐 총리, 왼쪽 남성은 EU 집행위원장, 오른쪽은 EU의회  의장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공정에너지 전환 이행 파트너십 JETP을 체결한 국가는 베트남이다. 지난 12월 14일 베트남은 EU, 미국, 영국, 일본, 덴마크, 노르웨이 등과 공정에너지 전환 이행 파트너십을 맺고 155억 달러 (한화 20조 원)를 지원받게 되었다. 베트남은 신규 석탄 화력 발전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배 출 제로 달성을 선언했다. 단계별 목표로 2030년에는 2020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30% 줄 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는 애초 목표치인 2035년보다 5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베트남이 이처럼 자신 있게 목표치를 5년이나 앞당길 수 있는 이유는 지난 20년 동안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을 빠르게 높였기 때문이다. tns 



국제재생에너지기구 IRENA에 따르면 베트남은 설치 태양광 발전 용량 기준 세계 8위의 국가로 대한민국보다 한 단계 앞선 재생에너지 선도국가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는 ‘베트남이 아시아 차세대 녹색 에너지 강국인 이유’ (Vietnam is Asia’s next green energy powerhouse. Here’s why, 2021)라는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국가 차원에서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함을 절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2021년 현재 16,500 메가와트(MW)의 태양광 발전 설치 용량을 보유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 태양광 발전 국가’라고 극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고리원전 1기가 생산하는 발전용량이 1000 메가 와트이니 베트남은 태양광만으로 16.5기의 원전 발전용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은 2025년까지 17,200 메가와트까지 발전용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으나 민간 기업들의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 실제로는 25,000 메가와트 이상 발전 용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_Vnexpress 남부 떠이닌성 다우티엥 태양광 발전단지에서 본 태양광 패널.


 베트남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풍력발전 잠재력이 많은 나라이다. 베트남은 3,200km의 긴 해안선이 있으며 풍속도 강한 편인데 특히 남부 해안 지역은 평균 풍속이 7~11m/s이 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는 베트남 풍력 발전 잠재력 면적은 2,700km2으로 311,000 메가와트 규모로 머지않아 동남아시아 최고의 재생 에너지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현재 풍력 발전용량은 600메가 와트에 그치지만 많은 민간 기업과 각 지방 성에서 고산 지대와 해상에 풍력 발전을 설치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12,000 메가와트, 2030년까지는 18,000 메가와트 발전 용량을 대폭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또 다른 잠재력 넘치는 재생 에너지 분야는 생물 연료인 바이오 매스이다. 톱밥, 쌀겨 같은 농업 폐기물이 석탄을 대신해 화력발전 원료가 될 수 있는데 이 바이오매스 원료들은 오염 물질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게다가 자연에서 분해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불에 태울 때와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이 생물 연료들은 자라면서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데다 자연환경에서 무한으로 생산할 수 있는 큰 매력이 있다. 베트남은 쌀과 커피, 설탕이 각각 세계 2위, 4위의 수출 국가이자 최근 바이오 매스 원료로 각광받는 코코넛의 세계적인 산지이다. 각 품목들의 가공 과정 중에서 발생하는 무수히 많은 쌀겨, 사탕수수, 커피 껍질과 코코넛 껍질 등의 농업 폐기물은 석탄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자원이 된다. 


 하지만 아직 베트남이 가야 할 길은 멀다. 민간 기업을 통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 시설 설치가 급격히 이루어졌지만 이를 전기로 사용할 수 있는 송전망이 노후화되고 용량 부족으로 원활한 전력 배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베트남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는 전체 전력 설비 용량의 28%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전력생산은 송전로 미비로 8%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베트남 국회는 국가송전망에 대해 민간기업의 투자를 허용하는 전력법을 개정 통과시켰지만 구체적인 시행 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중국을 대체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정부가 국운을 걸고 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이들에게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 모르겠다.


이번 인도네시아, 베트남이 유럽과 체결한 JETP ‘공정에너지 전환 이행 파트너십 (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에 대해서 국내 언론에서 보도가 거의 없고 'Just Energy'를 '정의로운 에너지'라고 번역하기도 하고 '공정한 에너지'라고 혼용해서 번역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학계에서 이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우리 정책에도 반영해야 할 텐데 용어조차도 명확하게 번역을 안 하고 있습니다. 답답할 노릇이다..




필자는 베트남에서 12년째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MBC 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KBS <박종훈의 경제한방>, 삼프로 TV의 <압권> 등에서 베트남 경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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