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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un 07. 2023

캄보디아, 친중 깃발 달고    베트남에 대항할까?

중국의 특급 과외를 받은 프놈펜 동남아시안 게임

지난 5월 17일 폐막한 32회 동남아시안 게임에서 개최국 캄보디아는 금메달 81개로 종합 4위를 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두었다. 지난 31회 대회에서는 금메달 9개, 30회 대회에서는 4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 성적이다. 성적 상승 비법에는 개최국 프리미엄 + 중국의 특별 과외가 있었다.


중국이 1억 6천만 달러 전액 무상으로 지어준 프놈펜의 모로독 테코 국립경기장

12개 종목의 캄보디아 선수단 160명은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중국 코치진으로부터 7개월간 집중 합숙 특훈을 받았다. 물론 중국으로 오가는 모든 교통비, 머무는 동안의 숙박비, 식비까지 중국 정부가 전액 지원했다. 이에 더해 중국은 이번 대회의 주경기장이었던 6만 석 규모의 모로독 테코 국립경기장도 1억 6천만 달러 (한화 2100억 원)을 들여 무상으로 지어주었다. 중국과 캄보디아의 농도 짙은 밀월 관계는 스포츠 교류는 다른 어떤 사업에 대한 대가성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 도시가 된 시아누크빌

캄보디아는 중국과 2016년 부터  2019년까지 공항, 항구, 발전소, 고속도로, 정유공장까지 주요 국가 인프라 사업 65개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대부분은 캄보디아 서남부의 시아누크빌에 집중되었다. 특히 22년 중국도로교량공사가 20억 달러 (2조 6400억 원) 들여 건설한 수도 프놈펜과 시아누크빌을 연결하는 187km의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수많은 관광객이 시아누크빌로 유입되고 있다.


시아누크빌 시내 전경. 곳곳에 한자 간판이 보인다


문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자본이 각종 카지노, 호텔, 식당, 유흥업소 등이 난립해 아세안의 마카오라고 불리는 시아누크빌의 경제는 중국인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15만 명의 시아누크빌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하기 이전인 2019년 기준 17만여 명이고 시아누크빌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10만여 명이나 된다. 부동산 가격이 3배에서 10배까지 치솟은 시아누크빌 상황에 캄보디아 현지 기업들은 견디지 못하고 파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옮겨 갔다. 시아누크빌은 캄보디아 내 중국 영토나 다름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게다가 중국 폭력조직들에 의한 총기 사고, 불법 도박, 인신매매, 매춘, 각종 폭력 사건이 만연해 캄보디아 전국적으로 반중 감정이 출렁이고 있다.


베트남을 위협할 해군기지 마저 장악한 중국

2019년 7월 미국의 보수 씽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캄보디아와 중국이 비밀 협약을 체결해 시아누크빌에 있는 림_Ream 해군 기지를 중국이 차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중국 양국은 이 부분에 대해 사실을 부인했지만 2022년 6월 <워싱턴 포스트>는 중국이 림 기지 북쪽에 중국군 전용 기지 건설 착공식을 연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 외교 당국자가 ‘림 기지 시설 일부를 중국이 사용할 것’이라고 확인해 준 것을 후속 보도까지 해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국제적 파장은 더욱 커졌다.


림 해군 기지를 중국 해군이 사용하게 되면서 아세안 각국 군사 전략은 대폭 수정해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캄보디아 림 해군 기지는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모두와 인접해 있고 아세안 국가들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 지역으로 신속하게 기동 할 수 있는 군사 요충지이다. 하지만 변변한 군함 하나 없는 캄보디아 해군이었기에 그동안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기지를 차지하게 되면서 이 지역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캄보디아 언론인 <크메르 타임스>는 중국의 해군 기지 시설 확충은 무상 원조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군함 개조와 군함 수리를 위한 토크 마련, 대형 군함이 입항할 수 있는 부두 건설과 군 병원을 짓고 있다고 보도했다.


긴장하는 베트남, 군사 긴장감 높아져

중국의 림 기지 장악에 가장 긴장하고 불편해하는 곳은 이웃 나라 베트남이다. 북쪽 국경과 동해(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중국이 캄보디아 림 기지를 사용하게 되면서 옆구리가 무방비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중국이 림 기지 주변에 설치한 레이더를 통해 불과 30km 떨어진 베트남 제5 지역 사령부의 동태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역의 항공 운항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태국 최대 해군 기지이자 미해군이 자주 이용하는 태국의 사타힙 해군 기지까지 정찰할 수 있어서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좋은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림 기지에서 차량으로 3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곳에 중국 국영 기업으로 의심받고 있는 텐진 유니온 개발그룹이 3억 5천만 달러 (4조 6천억 원)를 들여 다라 싸코_Dara Sakor 국제공항을 건립 중이다. 올해 7~8월경 개항 예정인데 인구 10만도 안 되는 지역에 3,400m나 되는 캄보디아 최장 길이의 활주로가 있어 실질적으로 중국 공군기지 건설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골 마을 공항에 있기에는 너무도 긴 3400m의 공항 활주로. 중국 공군기 이착륙용으로 보인다


1979년 1월, 베트남은 200만 명이 넘는 캄보디아 국민을 학살한 킬링필드의 주범 폴 포트 정권을 무너뜨리고 지금의 캄보디아 정권을 세웠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38년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 캄보디아 훈센 총리에 대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 캄보디아가 중국과 가깝게 지내면서 베트남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하고 있어 양국 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2021년 6월 베트남 국방부는 캄보디아 접경지대인 끼엔장성에 해양순찰과 정보 수집을 하는 무장 민병대를 창설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9개 선박과 1개 소대로 이루어진 민병대는 정규군은 아니지만 베트남 군이 각종 훈련과 장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베트남이 무력 충돌까지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규군이 캄보디아군 또는 중국군과 무력 충돌이 벌어졌을 때에는 전면전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지만 민병대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 실마리를 열어 둔 것이다.


훈센의 무리수, 권력 세습을 위한 중국 손잡기


중국은 오랜 시간 계획해 림 기지 배후 도시 개발을 위해 시아누크빌에 투자를 단행했다.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드나들게 되면서 림 기지에서 근무하는 중국 군인 규모 파악을 어렵게 하고 중국인을 대거 이주시켜 전쟁이 발발하게 될 때 림 기지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훈센은 오랜 우호 관계였던 베트남과 척을 지면서까지 중국 손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자신이 첫째 아들이자 캄보디아 군사령관인 훈 마넷을 정계에 입문시켜 정권 세습을 하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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