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출간한 졸저 <왜 베트남 시장인가>에서부터 계속해서 말해오지만 한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K-OOO'을 강조하면 안되는 이유를 신문기사가 말해주고 있다.
2006년 중국 상해에서 시장 조사를 했을 때 중국에서 잘 팔리는 '헤드&숄더'나 '팬틴' 브랜드를 중국 소비자들은 대체로 중국 제품이라 믿고 있었다.
신입 사원이던 당시에는 '글로벌 브랜드도 못 알아 보는 중국인'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나중서야 그것이 글로벌 브랜드들의 전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굳이 'Made In OOO'를 강조하지도 않고 현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가 되는 데에 최선을 다한다. 그래야 국가 간의 이슈가 터졌을 때 '어느 나라 제품이라는 이유로' 불매 운동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류 인기가 중화권을 넘어 전세계로 퍼지기 시작하고 동시에 프리미엄 한국 브랜드들이 많아지면서 'Made In Korea'는 잘 팔리는 제품이라는 우리의 고정 관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고정 관념은 지난 15년간 중국에서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나게 팔렸던 강렬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냉정하게도 상당수의 한국 제품은 'Mass'와 'Premium' 사이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0년간 중국의 중산층 소비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에는 말 그대로 '가격 합리적'이고 '외국 제품인데 친숙하고', '품질 충분히 괜찮은 한국 제품이 먹혔다.
이제 중산층은 더욱 두터워지고 중상류층들이 더욱 많아지는 중국 소비자들에게는 '프리미엄' 제품인 일본 제품과 '럭셔리'한 유럽 제품에 손길이 갈 수 밖에 없다. 반면 저렴한 제품군에 대해서는 과거 한국 제품이 그랬던 '합리적인 가격의 충분이 괜찮은 품질인 중국산' 제품에 빼앗길 수 밖에 없다.
한류는 해외에서 낯선 제품을 '한국산이니 구매 못할 제품은 아니겠구나' 하는 정도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주는 역할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한국에서 유럽의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 이미지가 좋다고는 하지만 일부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Made In Italy 제품에 대해 호감은 가질 수 있지만 무조건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