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스프링 롤이라고 불리는, 춘권(春卷)
중국 음식이지만 미국, 호주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튀김 요리이기도 한 이 음식 이름에 왜 봄 (Spring)이 들어가는지 몰랐습니다. 식재료에 봄 내음이 날만한 것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왜 봄일까...
오늘 홍콩 신문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를 보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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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춘권은 봄철에 수확한 신선한 허브와 야채를 얇은 떡에 싸서 먹은 음식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월남쌈과 비슷하지 싶습니다) 중국에서는 음력 설을 봄이 오는 시기 춘절 (春節)이라 부르는데 음력 설에 먹는 음식이라 해서 춘권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당나라 시인 두보도(618년~907년) 자신의 작품에 춘권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하니 최소 춘권을 먹기 시작한 것은 1400여년 전 부터입니다.
당나라 시대에 먹던 춘권에는 '마늘, 양파, 부추, 고수, 겨자' 등의 재료들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중국인들은 이 매운 맛의 재료들이 오장육부를 깨우고 기운을 복돋아주며 노폐물을 배출해준다 믿었나 봅니다. 아무래도 겨울내내 움츠려들었던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봄 맞이를 할 준비를 한듯 합니다.
송나라 시대에는 육즙이 풍부한 고기와 다양한 채소를 잘 다져서 넣고 지역에 따라서는 죽순, 물미나리, 냉이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음식은 기후, 환경, 역사, 사회상 등등 모든 요소가 반영되니 시간이 흐르면서 음식 재료도 바뀌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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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재 튀김 형태의 스프링롤은 언제 부터 먹기 시작했을까요?
Grace Lin이 지은 <Chinese Menu: The History, Myths and Legends Behind Your Favourite Foods에 따르면 명나라 시대에 시작된 유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명나라 시대 재상이었던 채부이는 너무도 총명해고 재능이 뛰어나서 주변 신하들에게 모함을 받았다고 합니다. 간신배에 속아 채부이를 반신반의하던 황제는 49일 내에 황제 기록 보관소의 자료 모두를 필사하면 벌을 내리지 않겠다는 명령을 내립니다.
이에 채부이는 밤낮 없이 기록을 필사하는데 제대로 먹지 못한 남편이 안타까운 부인이 춘권을 튀겨서 남편이 짧은 시간에 끼니를 때울 수 있게 했다고 합니다. 채부이는 49일 만에 필사를 모두 마쳐 황제의 신임을 다시 얻었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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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튀겨낸 춘권은 황금빛인데다 말아낸 모양이 금괴와 비슷하다고 해서 설날에 먹으면 부와 행운이 온다고 믿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설날 뿐만 아니라 결혼식, 생일 등 잔치날에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음식이 춘권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튀김 형태의 춘권은 중국 전역 뿐만 아니라 아세안 지역으로도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베트남의 짜죠(Cha Gio), 인도네시아의 룸피아(Lumpia), 필리핀의 (Lumpia Shanghai) 등등이 춘권의 각 지역 버전입니다.
베트남의 짜죠도 지역 별로 그 속 내용물이 다른데 민물게가 풍부한 남부에서는 게살 짜죠가 아주 일품입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프링롤들의 차이는 사실 잘 모르겠어서 Chat GPT를 이용해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프링롤들의 차이점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첨부 사진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