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기술은 무엇일까?
남들보다 먼저 만들어 내고 남다른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훌륭한 기술일까?
Facebook은 기능과 외관만 봤을 때 너무도 단순하고 불편한 데다 디자인은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전 세계 1등 SNS이다. 페이스보다 훨씬 앞서 SNS를 시작한 우리나라의 싸이월드는 여러 기능적, 디자인적 측면에서 Facebook 보다 앞섰지만 왜 몰락하게 되었을까?
그 답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경>’과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 제작된 우리의 <직지심경>은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78년이나 앞서 만들어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며 유럽의 그것보다 뛰어나다’라고 우리는(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안타깝고 냉정하게도 <직지심경>이 세계 최초였다고 해도 단순 기술적인 빠름 이외에는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힘들다.
왜냐하면 <직지심경>이 고려 사회, 문화, 역사에 끼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을 하나의 정신 수양이자 예술 작품으로 생각했던 우리 선조들은 금속활자로 책을 마구 찍어 내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이에 반해 78년 후의 유럽에서는 가톨릭 교황청이 돈을 받고 죄를 사해주는 면죄부가 판매되었고 이에 격분한 루터가 95개 조 반박만을 내었다. 이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를 통해 빠르게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가 종교 개혁의 단초가 되었다.
당시 유럽에서 비싸고 구하기 힘들었던 책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덕에 대량으로 저렴하게 발간되어 일반 시민들이 책을 읽고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성직자만이 보유하고 읽을 수 있었던 성경은 일반 대중에게로 확산되면서 부패한 성직자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했던 성경의 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알게 되는 인류사의 대혁명을 맞게 되었다.
그래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에 대해 영국의 The Time은 ‘지난 1,000년 간 세계 최고의 발명품’이라 했고 유네스코는 ‘중세적 사고에서 근대적 사고로의 변화를 이끌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고려의 금속활자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없다. 유럽인들이 몰라서이기도 하지만 먼저라는 것 말고는 뭘 알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의 우월성과 남보다 빠른 기술 도입이 세계 최고, 시장의 1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해당 기술이 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가 핵심이다.
베트남에서 일하면서 베트남 '최초로', '남들보다 먼저' 뭘 해보았다. 그런데 그것이 업계 판도를 흔들거나 소비자들의 소비 문화를 뒤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촌스러운 방식이든 부족한 기술인든 관건은 변화를 일으켰는지 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