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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Jun 27. 2019

이제 베트남 시장이다 2

베트남 화장품 시장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을 8년 넘게 말해왔던 비관론자가 이제 긍정적인 시그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기저기에 문의도 많이 오고 애널리스트님들의 단톡방에도 공유가 되어 조심스럽고 부담되네요.


미력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제 베트남 시장이다'라고 외치는 다음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2. 베트남 소비층의 변화
@2.1 연령별 베트남 소비층의 특징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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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70년대생 - 한국의 6.25 세대


베트남의 70년대생들은 우리나라의 1950년 이전 생들인 6.25세대들과 동일한 정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이 미국과 전쟁을 끝낸 것은 1975년입니다. 1979년에는 중국과도 전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자산이 꽤 많으신데 어렸을 때 기억 때문에 전기도 아껴 쓰고, 이면지를 철저하게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돈이 없어서가아니라 어렸을 때의 힘든 기억 때문에 아껴 쓰는 것이 당연한 한 것입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30대 중반 ~ 40대 중반들이 핵심 소비 계층입니다. 그런데 과거 10여년 동안 이 60~70년대생들이 베트남에서 핵심 소비 계층이었다 보니 씀씀이가 많지 않았습니다.


2013년 제가 아침마다 회사 건물 지하에서 VND 5만동 (한화 2500원) 가량의 쌀국수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제 옆자리에 앉은 저희 마케팅 매니저가 비싼 쌀국수를 먹는다며 타박 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먹으면 1,000원 ~ 1,200원이면 먹을 수 있다면서 말이죠. 한국에서 사먹으면 1만원인데 엄청 싼거라고 항변했지만 '넌 너무 사치스럽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1 천원짜리 김밥천국이 있는데 3 천원짜리 종로김밥을 먹는다고 혼나는 것과 같은 겁니다)


한국에서 치아 씨드를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유행할 때 저도 베트남에서 흔한 바질 씨를 물에 불려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또 그 매니저가 '내가 어렸을 때... 먹을게 없어서 우리 저거 먹었었는데...' 라고 합니다.


그 매니저가 1977년생입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유학을 다녀왔고 일반 노동자의 10배가 넘는 급여를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먹을 것이 없어 칡뿌리를 캐먹고 꿀꿀이 죽을 먹었다는 우리 6.25세대들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지 않나요? 돈이 꼭 없어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경험이 소비 성향을 결정지은 것이지요.


제가 그동안 베트남 시장이 아직 어렵다고 말해 온 첫 번째 이유입니다. 


#B. 80년생 - 베이부머, 한국의 58년 개띠


지난 10여년간 30대 초중반이면서 베트남 소비의 큰 축을 차지했던 80년대생들은 한국의 58년 개띠들같은 베이비 부머들입니다.


베트남이 공동경작을 통해 쌀농사를 지었던 1987년까지는 쌀이 부족해서 해외에서 쌀을 수입해다가 먹었습니다. (자율경작을 하자마자 1년 만에 쌀이 남아 돌아 곧바로 쌀수출을 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저력을 보여주기는 합니다).


게다가 80년생들은 형제자매가 8명 ~ 10명입니다.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형제 자매들한테 빼앗기지 않으려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쌀이 부족해서 수입해다 먹었으니 70년생들 못지 않게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입니다.


여기에서 베트남과 중국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은 1980년에 '산아 제한 정책'을 시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 중국의 80년생 '소황제'들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들이 한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부었습니다.


같은 80년 생들인데 베트남은 형제자매가 8~10명이었고 중국은 1명이었습니다. 소비력 자체가 확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 많은 매출을 올렸던 한국 회사들이 생각해야하는 지점입니다. 제가 계속해서 베트남은 막연한 Post China가 아니라고 강변해온 부분입니다. 2010년 중국의 20~30대들은 이러한 환경 때문에 많은 소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소비 인구의 거대함도 있습니다)


10여년 전까지만해도 베트남 지방에서는 여성이 20살, 대도시에서는 25살이면 결혼을 했습니다. 70년대생과 80년생들이 나이 20대 중반에 애 엄마가 되면서 많은 소비를 육아와 자녀 교육을 위해 쏟아 붓습니다. 한참 화장을 해야할 20대 중반 ~ 30대 중반에 아이들을 쓸 돈도 빡빡했으니 화장품 시장이 제대로 성장할리 없습니다.


이제 긍정적인 신호에 대한 90년대생, 00년대생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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