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이별하지 않으려 애쓸수록 헤어지는,

by 쏘블리

아마, 세번째 사람과 헤어진 이후로

아니면 네번째 사람과 헤어진 이후였을까.

아무튼 해볼만큼 해봤다는 마음이 든 이후로

이별이 싫었다.


지난 여름의 속초 바다, 올해 여름의 속초 바다

지난 가을의 석촌 호수와 올해 가을의 석촌 호수,

비슷한 풍경, 비슷한 추억을 다른 사람과 쌓는 것이 싫었다


무엇보다

인생의 어느 시점, 가장 소중했던 인연이

인생의 어느 시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인생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별을 싫어하면 이별이 찾아온다.


이별을 싫어하면 관계 안에서 여유가 없어진다.

그가 날 진짜 사랑하는지,

그가 날 평생 사랑할건지,

그와 결혼할 수 있을지,

진짜 좋은 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이별을 싫어하면 연애 안에서 나를 돌볼 수 없다.

그에게 맞추느라 그의 가치관들이 나를 대체한다.

내 삶의 주인이 내가 되지 못하는 관계는 오래 갈 수 없다.


이별하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이별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마주한다.




이별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연애를 끝낸 후,

마음을 내려놓고, 한 발 뒤에서 나를 본다.


이별은 정말 실패일까,

답은 그렇지 않았다.


이별이 실패라면,

한 번도 헤어지지 않은 사람이 가장 행복해야 하는 건데,

첫 사랑과 결혼한 사람이 가장 잘 살아야하는 건데,

어쩌면 얼굴도 모르고 결혼한 우리 할머니세대가 가장 행복해야하는 건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별을 하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이별을 하면서, 우리는 안목을 키운다.

이별을 하면서,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제대로 사랑하는법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별하지 않으려 애쓰지 않아야 한다.

이별은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일뿐이니까,

이별하지 않으려 애를 쓸수록 이별이 빨리 찾아오니까.




by.쏘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