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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블리 Jan 30. 2017

#. 기차표를 미리 예매하지 않는 이유

01.
"미리 좀 끊지"
명절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다.
언제 내려갈지, 언제 올라갈지 정해진 일정도 없이 당일에나 되서야 스마트폰을 보며 취소표를 찾아 헤매이고 있으니 그런 반응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나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큰 틀의 방향성이 있다면 작은 틀에서는 의외성을 추구해도 된다는 믿음때문이다.

설날 기차표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면,
'오늘 내가 서울을 간다'라는 큰 틀을 정해놓고 나머지를 미지수에 맡기면 재밌는 일이 생긴다.

일단 몇시에 가는지 정해지지 않았으니 아침에 여유가 생긴다. 부모님께 뒤늦은 세배를 했고 가족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름 휴가 계획도 세웠다.

부산역에서 약 한시간 가량을 기다렸지만 그동안 밀린 포스팅을 했고 오랜만에 서점에서 책을 볼 수도 있었다. 역에 모인 사람들을 관찰했고, 사람들의 문화도 엿봤다.

KTX를 십년간 탔는데 한번도 보지 못했던 USB포트와 콘센트도 봤다. 아마 내가 계획한 시간의 기차를 탔으면 발견하지 못했을.

똑같은 하루이지만 정해져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 날의 일상은 내게 하나의 이벤트가 된다. 미리 계획하지 않은 것만으로 내게 여유를 가져다준다.

아마 올 추석해도, 내년에도, 혹은 그 다음에도
난 아마 취소표를 찾아 헤매이고 있을거다.
의외의 즐거움을 위하여.

KTX일반실의 USB와 포트


02.
만약 누군가 내가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비싼게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주저않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라고.

생에 젊을수록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시간이지만, 젊을 때 시간과 맞바꿀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젊은날의 하루는 나이가 들었을 때 가지게 되는 하루보다 귀하다.

귀한 하루가 가는 것이 아깝다.
더 많이 느끼고 배우고 생각하고 기록하고 싶다.



by.쏘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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