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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블리 Mar 01. 2017

#. 존재의 불안

- 쉬어가는 페이지

부산에 내려왔다.
가족들이랑 저녁도 먹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느때보다 평화로운 저녁이 지나가고 있다.

서울에 있을 때 나는 허공에 발을 허우적거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혼자 모든걸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싸운다. 쿨하고 씩씩하고 의연하기 위해 노력한다. 직장에서도 직장외에서도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 하나 마음 둘 곳이 없다. 그렇게 끊임 없이 존재의 불안과 외로움과 싸운다.

부산에 있을 때 나는 땅바닥에 발을 디디고 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해도 너그럽게 용서해줄 가족들이 있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응원해줄 사람들이 있다. 익숙한 집, 익숙한 말, 익숙한 공간. 비로소 진짜 나로써 존재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존재의 불안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고 자신을 진정으로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을 찾는다. 아마도 부산이 소중한 이유는 내 안의 존재의 불안을 없애줄 사람이 있기 때문일거다. 나를 나답게 하는 사람들, 그 속에서 쉬어가고 있다.


by.쏘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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