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보다 컨디션이 좋은 엄마가 신나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늘어놓았다.
"오늘 택시를 탔는데 말야,
택시 기사 아저씨가 너무 재밌으신거야.."
오랜만에 의욕에 차서 말씀도 많이 하시고
안색도 한결 좋아보였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해드릴 수 있는건
그저 들어주는 일 밖에 없어서
엄마의 얼굴을 집중해서 바라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얼굴에 웃음과 홍조를 띠며 이야기하는 엄마를
그저 바라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한페이지가 지나가고 있다고.
이제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더 이상 엄마와 즐거운 얼굴롶이야기 나눌 수 없을지 모른다. 엄마가 머리도 빠지고 손발이 까매지는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아야 할 수도 있다.
흘러가버린 시간이 야속하지만
그래서 항암치료까지 남은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하느님
아니면 그 누군가라도,
제발, 엄마의 앞으로의 삶에 행복만 가득하게 해주세요.
이대로만 나빠지지 않고 엄마를 제 곁에서 지켜주세요.
by.쏘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