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남은 그림자

(02) 만난 거예요?

by 안밖



당신과는 천천히


엄마에게 친절한 것을 올해의 목표로 삼겠다.

주변에 말했더니 대단하다고 했다.

자신은 '아직도 엄마에게 친절한 것이 어렵다.',

'책을 읽고 스스로 실천하는 용기가 대단하다.',

'나는 엄마와 연락만 간신히 한다.' 고들 했다.


아니다.

이미 그들은 나보다 낫지 않은가?

때마다 엄마 얼굴은 보고 있으니.

나보다 훨씬 용기 있는 사람들이 내 결심을 응원해 준다.


명절을 앞두고 얘기를 해서인지

'그래서 엄마를 만나러 가는 거냐'라고 묻는다.

때론

'엄마는 잘 만난 거냐' 질문을 받았다.


나는 사람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간보거나 거리를 두는 건 아니다.

공을 들이는 거라고 표현하면 좋겠다.


상대와 친해지겠다는 의지가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내 시간을 들이지 않으니까.


나는 오랜 기간 상대를 알아가며 공을 들이는 사람이다.


태어났을 때는

엄마의 페이스대로 인연을 쌓아왔지만

다시 태어날 때는 내 페이스대로 쌓아가 보려고 한다.

천천히 공을 들일 거다.


불쑥 화내지 않기 위해,

때론 무례한 사람으로 남지 않기 위해

조금씩 천천히.


핏덩이로 태어나

그녀가 주는 사랑을 받고

그녀가 입혀주는 사랑을 입고

그녀가 지어준 사랑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


최소 2년은 그녀의 지극한 보살핌이 있었기에

사람으로 두 발로 땅을 디뎠다.


다정한 목소리로 사랑을 소통하여 주었기에

40년 넘게 말하고, 듣고 있다.


나의 뿌리, 근원.

황폐해지고 그늘진 그곳을 천천히 잘 가꿔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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