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남은 그림자(06) 결정은 엄마가 해

열일곱, 한 발짝 뒤로 물러나기로 했던 나의 선택

by 안밖


결정을 존중해. 엄마 인생이잖아.
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요.

인생이 참 피곤했던 때가 있다.


내 나이 열일곱.

인생이 나를 시험하던 시절이었다.

사춘기라서 힘들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시절은, 그 말로는 부족했다.


학교에서는 일진무리에게 얻어맞았다.

겨우 회복될 즈음, 친구에게 다시 맞았다.


연애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관계에서

상대는 내 친구였던 아이와 바람이 났다.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는

자기 삶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 터였다.


나와 타자의 관계는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던 시기였다.

나는 그럴수록 더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사람은 왜 태어나나.

무엇을 위해 살아가나.

신이 있다면, 인간을 왜 이렇게 버려두는가.


그때 (내가 기억하는 한 한 번도 사이가 좋았던 적 없던)

부모님이 이혼하겠다고 했다.


이혼은 하되, 서류정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혹여 미래의 나에게 해가 될까 봐 그렇다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언급했던 저 이유가 가장 컸겠지만,

'필요성도 못 느꼈을 거고 서류상의 부부라도 유지하는 게

더 메리트가 있으니 그랬겠지.' 싶기도 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누구를 따라갈 것이냐"


이혼을 코앞에 앞둔 부모를 둔 자녀라면

누구나 받았을 질문들을 나도 받았다.


'왜 물어볼까? 어차피 자기들 마음대로 할 것을.'


결정을 존중해.
엄마 인생이잖아.
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요.

당시의 나에게 아빠는

이 모든 일의 원흉으로 악마 같은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엄마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

가정을 망가트린 사람.



수십년이 훌쩍 지나고

나도 내 가정을 꾸리고 나서야 알았다.


일이 그렇게 흘러간 데에는

각자의 몫이 있었다는 걸.


결국 똑같으니 일이 그렇게 흘러간 게다.

(물론 예외적으로 아닌 케이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듯, 나역시 알고있다.)





누군가 조금 더 지혜로웠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조금 더 단단했다면

버텨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엄마의 불행을 온전히 아빠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걸 뒤늦게야 이해했다.

(물론 아빠의 불행도 본인이 만든거다)


나는 나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다.


듣기 좋은 말만 하며

한 발짝 떨어 있던 사람.


그게 나였다.


결국 누구 하나 더 나은 사람,

더 많이 부족한 사람 없이.


지구상에 달랑 셋 있던 가족인 우리는

안타깝게도 똑같이 졸우(拙愚)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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