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이 언제나 고요하길 바라기에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애쓰고,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을 무엇보다 꺼리다 보니, 평소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에게 쉽게 믿음을 주지 않기에 긴 시간에 걸쳐 신뢰를 쌓은 사람에게는 나 자신을 생각할 때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고자, 관계에 부정적인 의사가 머물지 않도록 공들인다.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때도 이미 신뢰한 사람을 부정적으로 여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새로운 관계를 멀리할지언정 나 자신과 기존 관계에 대한 믿음을 깨뜨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데도 간혹,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대화 중 개인적인 결핍을 드러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내 부끄러움과 민망함을 숨기기 위해 신뢰하는 사람에게도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곰곰이 고민할 여력이 있다면 에둘러 부드럽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겨를이 없다면 순발력이 부족하여 다급한 상황 속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거짓말은 아니지만, 내가 믿는 상대방의 가치관과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이 알면 분노할 수도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별말 없이 지나갈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이 평범하게 판단할 만한 부분이라면 자연스럽게 밝히겠지만, 내가 보기에 정말 사소한 부분이고 말하지 않았을 때 상대방에게 더 이익이 될 만한 상황이라면, 말하지 않아서 생기는 불편한 마음을 충분히 감내한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 나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면, 그 내용에 따라서 조금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조금 전에 나는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사소한 부분에 관해선 말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 판단 기준은 내가 상대방을 신뢰하는 깊이에 따라 고심 끝에 도달한 직관적인 기준이다. 따라서 만약에 상대방이 나에게 선의를 품었다고 해도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여 거짓말을 한 부분이 있다면 혼자 조용히 아쉬워할 수 있다. 물론, 그 아쉬움이 내 가치를 확인하려는 본능적인 욕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이해하기에 이성적으로는 상대방의 선의를 먼저 인식하려 하지만, 나도 본능보다 앞서 올바른 생각을 우선하기는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단지 경험적으로 이 관계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순간적인 본능조차 개변하여 받아들일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혹여 거짓말을 했다면, 다시 편안한 사이로 오래도록 지내고자 끝내 거짓말을 고백한다. 내가 느끼기에 서로에 대한 진심이 사사로운 것에 개의치 않을 정도가 되었다면, 나의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며 거짓말을 고백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이기적인 사고에 의한 결과인 만큼, 상대방이 내 거짓말에 실망하여 멀어져도, 그 의사를 존중한다. 결과적으로 내가 상대방의 진심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거나 믿지 못해 거짓말을 한 것이니, 그에 따라 관계가 멀어지면 그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나는 거짓말을 할 때가 있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 사실 거짓말을 잘하지도 못한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나 관찰력이 예리한 사람이라면, 그 어색함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아마도 나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속이겠다는 생각보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내비치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2024년 04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