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기억은 내 주관이 빚어낸 환상이지만, 결국 눈앞에 펼쳐진 현실의 한 조각이 된다. 그래서 종종 상대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감정의 결이 맞닿을 때면, 그 섬세한 감각이 선명하게 증폭되어 일상까지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서로 신뢰를 쌓으며 행복을 늘려간다 해도, 그 감정이 각자의 내밀한 마음 깊숙이 뿌리내리기는 어렵다. 둘 사이의 반짝이는 감정도 각자의 자아를 보호하는 벽 앞에선 잠시 머물다 흩어질 뿐이다. 그래서 때때로 감정을 넘어 상대의 본질까지 이해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어쩌면, 자기만의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자신의 길로 이끌려는 사적 욕구일지도 모른다. 상대를 알아가려는 마음이, 사실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 탓에, 오히려 상대의 존재 위에 자신의 욕망을 덧칠하는 것일 수도 있다.
두 사람이 함께 그려가는 환상 속에서 빛나는 행복을 바라볼 때는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지만, 막상 그 반짝임을 손에 쥐려 하면 서로가 바라보는 풍경이 다르다는 현실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결국, 진정한 이해와 행복은 하늘을 나는 새를 올려다보거나 바람에 살랑이는 풀잎을 함께 바라보는 애틋함만으로도 충분할 때 비로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본능적으로 자신이 끌리는 상대의 모든 것을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으나, 그 상대에게 지나치게 몰입한다면 관계를 조종하려는 욕구일 수 있다. 그러니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각자가 기억 속 상대를 왜곡하지 않고, 서로를 위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할 때, 비로소 둘 사이의 반짝이는 행복이 서로의 내밀한 마음에 닿아 이해하지 않아도 정서적으로 충만한 관계를 이룰 수 있다.
2024년 05월 23일
2025년 03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