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 솔직해지려 했던 순간, 나는 그 마음이 상대를 위한다고 믿었지만, 어쩌면 내 마음부터 편해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솔직함이 불러올 감정적 불편을 감내하면서까지 진실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솔직함을 선택했던 순간 중 상당수는 상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내 죄책감을 덜거나 본능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었던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한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연 상대에게 감정을 받기보다 더 많이 배려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본능에 따라 내 감정을 우선하는 선택을 한 후에야 상대를 위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그 결과, 순간의 만족은 얻었지만, 관계에는 후회만 남았다. 잠깐의 불편을 덜거나 욕구를 충족하면서, 더 큰 후회를 남긴 것이다.
따라서 나와 상대를 함께 위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내 이기심을 인식하고 상대를 더 존중해야 하며, 상황에 맞춰 솔직함을 조절해야 한다. 종종 타고난 기질에 따라 관계에서 큰 만족을 얻는 사람들은 다양한 관계에서의 솔직함을 큰 불편 없이 조절하여 대부분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지금까지의 관계에서 자기감정을 우선해 왔고, 그 결과 자신의 부족함을 실감했다면 상대를 우선하여 고민하는 과정을 불편함으로 여기기보다, 의식적으로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기 위한 즐거운 여정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진심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면, 서로 마냥 좋기만 한 관계는 일시적인 착각일 수 있음을 깨닫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이해와 배려를 실천해야 한다. 고민하게 되는 관계를 유지하려면, 그 상대에게만큼은 스스로 변화하고 노력하려는 긍정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나는 지금껏 나와 관계된 모든 사람에게 늘 솔직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일수록, 나와 연관된 다양한 관계의 얽힘 속에서 가능한 한 많은 이가 원만할 수 있게끔 솔직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때로는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시간이 지난 후 솔직해진 적도 있지만, 더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차라리 끝까지 말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았던 경우도 있었다. 결국, 내 가치관을 지키거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혹은 상대가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솔직해야 할 순간도 있지만, 반대로 솔직하지 않아야 할 순간도 있다. 다만, 솔직하지 않을 때는 배려와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지 않도록 누구와의 관계가 더 중요한지, 누구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깊이까지 가져갈지 자신만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춰 솔직함을 조절해야 한다. 이 솔직함이 정말 지금 필요한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지 고민해야 한다.
솔직한 말 한마디는 내가 어떤 현상을 주관적으로 규정한 생각일 뿐이다. 상대는 내가 솔직히 말하게 된 계기와 지금 그 말을 꺼내는 이유를 자신의 경험과 현재 상황만으로 추론해야 하므로, 솔직한 대화할 사이라고 해도 그 솔직함에 필요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으면 의도가 잘못 전달될 수 있다. 따라서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내 의도가 왜곡되지 않도록, 마음속 생각을 내비치기 전에 상대의 의사를 신중히 살피고, 그에 따라 표현의 방식을 정하거나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기 위해 고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역시 상대가 내게 늘 솔직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신뢰하는 관계에 필요한 것은 명백한 진실이 아니라, 상대가 나를 대하는 일관된 태도와 서로를 향한 깊은 이해, 그리고 솔직함을 조절하면서도 신뢰를 지키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다.
2024년 06월 12일
2025년 0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