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반복되는 파동과 같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생각의 흐름에 따라, 그 리듬과 간격, 강도와 속도가 살아 숨 쉬듯 매 순간 변한다. 그래서 내가 상대방을 바라볼 때는 상대방에게서 발생한 그 찰나의 파동만 포착할 수 있고, 상대방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짧은 파동들이 단편적으로 이어져 보이게 된다. 그러나 사람은 보통 감정의 흐름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고 인상적이라고 느낀 감정의 파편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억마저도 희미해진다. 그렇다 보니, 함께한 시간이 짧을 때는 아는 것이 적어서 잘못 판단할 수 있고, 함께한 시간이 길면 자의적인 이해가 쌓여서 잘못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올바른 이해란 매 순간에 일치된 감정을 나누는 것보다는 존재론적 수용에 가깝다. 내가 이해하고 싶은 상대방을, 내가 머물다 가는 자연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사사로움이 없이 맑고 고요하게 흐르는 관계로 존재할 수 있다.
2024년 02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