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반짝이는 청색 바다 위로 흰 구름 한 덩이가 정지한 장면 그대로 미동 없이 흐른다. 구름이 나아가는 쪽 가장자리는 몽글거리면서 부풀고, 반대쪽 끝자락은 스치는 바람을 따라 서서히 흩어진다. 새파란 세상에 맑디맑은 순수함이 끊김 없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햇살을 머금은 바다 위로 뭉게구름이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곧이어 군청색 그늘이 구름을 뒤따른다. 광활한 그림자다. 그러나 이 눈부신 세상 속에선, 그저 한 점의 어둠이다. 그 어둠 속에서 한 점의 요트가 물살을 가르며 흰 물보라를 일으킨다. 갑판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편히 누워, 눈에 다 담기지 않는 하늘을 훑으며, 서로의 관심사를 나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높이 솟은 구름을 올려다보다 이내 감격한 듯, 행복이 묻은 눈빛을 주고 받는다. 요트에서는 말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 순간의 감정을, 마음 깊이 각인될 애틋한 순간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세상의 소음이 사라진 시간 속에서 오래도록 남을 한 가지 울림이다.
나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누구에게나 그런 기억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따스했던 과거를 추억하며 지금, 이 순간 더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다. 또는 눈앞의 현실에 급급하거나 과거를 외면한 끝에 이미 사라진 시간 속의 한 조각으로 잊었다는 사실조차 떠올리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에 태어난 이상 그 그리운 기억은 분명 누구에게나 있다. 긴 삶 속에서 자신을 추억하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다가올 투명한 기억이다. 나의 시간은 한 번 지나갔다. 지금 이미 다음번 시간을 보내는 중인지도 모르지만, 추억할 수 있다면 지나간 시간이다. 나는 문득 그리움을 떠올리기 전에 그 순간을 느끼기 위해 그 흰 구름을 좇았다. 그리고 마침내 현실의 내가 지워짐을 느끼며, 흰 구름 곁에서 그리움으로 변해가는 시간의 흐름을 조용히 보고 있다. 그곳에 나는 없지만, 편한 마음으로 동경할 수 있으니 한 점의 그림자에 한 점의 사람이 나타나면 조용히 미소 짓곤 한다.
누구도 닿을 수 없는 내 마음속 풍경이다. 나는 한때 내가 동경하던 이 풍경 안에 살고 있기에, 타인의 풍경 또한 편히 바라보게 된다. 그 사람들 속에는 내가 없다. 타인들 속에서는 나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내 존재가 다른 존재로부터 멀어지는 거리감이 스며와도, 나는 나로 남을 수 있는 자리에서 조용히 타인을 바라보며 그리워지는 순간만을 응시한다. 이 풍경은 사람들 속에서 억지로 섞이지 않고도 만족하며 살아가기 위한 나만의 여백이다. 현실에 무력해지는 때에도, 내 마음이 무너지는 때에도 이 풍경은 언제나 맑고 고요하다.
2024년 09월 04일
2025년 05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