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평범하게 흐른다

by 응시하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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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현실을 마주한 사람이

조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수많은 지인과 친구, 가족과

목소리를 나누고, 얼굴을 맞대고,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며,

회복에 전념하는 시간도 이제 힘겨운듯하다.

자식과 조카들을 향한 반가움도 가쁜듯하고,

노년의 신경질적인 분노조차

더는 보이지 않는다.

농담도 하지 않고,

단지 조용히 잠에 빠져들 때가 많다.

시끌시끌하지만, 조용한 방 안이다.

길고 긴 삶에서 일궈 온 사람도, 재물도

죽음 앞의 고독에는 위로가 되지 못한다.

이 정적을 마주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외로울까.


생기 잃은 눈빛으로

물체를 보듯이 나를 바라본다.

단지 뭔가 있기에 바라보는 눈빛이다.

나는 이제 상대에게 별다른 의미 없는 사람이겠지.

자식도 손주도 아니니, 그냥 마주친 사람 쯤 아닐까.

그럼에도 나는 그 사람 앞에 서성이며 얼굴을 비춘다.

내가 딱히 뭔지 모를 사람이 되어도

그 사람의 눈앞에서 옅은 미소를 보이며 아른거리면

아무것도 없는 하얀 벽을 보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어쩌면 나는 멀쩡히 살아있는 주제에

무거운 정적이 짓누르는 방 안에서

죽음을 앞둔 고독이 무엇인지

익숙해지고 싶은지도 모른다.


상대가 정말 사라졌을 때

슬픔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렇게 숨죽인 채

조용히 서성이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연인도 나를 그렇게 보려나.

연인도 사람이니까 언젠가는 그렇게 보겠지.

그래도 무너지지 말아야지.

다정함을 전하기 위해

조금 더 세심하게 몰입하는 시간 속에서

슬픔을 꾹꾹 눌러뒀다가

혼자 있을 때 무너져야지.


나는 나약하니까

슬픔에 흐느껴도

겉으로는

감추고 참아야지.


2025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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