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조종

by 응시하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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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피해자의 표정이나 태도를 언급하며 감정과 의사를 탐색한다. 이는 피해자의 심리를 통제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다. 특히 가해자의 지위가 높다면, 피해자는 자기 속내를 탐색하는 일관된 기세에 위축되어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 쉽다. 여기서 만약 가해자의 태도에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면, 가해자는 그 틈을 파고들어 자기 의사에 동의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가해자는 피해자를 포함한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심리적으로 큰 압박과 혼란을 주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동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피해자의 약점을 강조해, 주변 사람들이 동조 혹은 주목하게끔 만든다. 즉, 가해자는 집단적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심리적 우위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자기 의사를 주입하고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려 한다. 이 상태가 이어지면 피해자는 자신의 가치와 판단을 의심하게 되고, 동시에 자율성과 자존감이 낮아져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타인의 말과 행동에 공감을 나누며, 일정 수준까지는 거리낌 없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가해자도 처음에는 피해자에게 바른말을 하거나 피해자를 지지하여 신뢰를 얻으려 하고, 피해자도 가해자의 말에 일관성이 있다면 믿어 의심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초기 신뢰 관계 속에서 쌓인 호감이 사람 조종의 시작이다. 가해자는 자신을 신뢰하게 된 피해자에게 아주 조금씩 진실 속에 거짓을 섞기 시작한다. 피해자도 가해자의 말에서 모순을 감지할 수 있지만, 가해자가 앞서 형성한 신뢰와 태도에 의해 피해자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부분에 더 주목하게 되고, 그 결과 치명적인 거짓마저도 무심코 넘길 수 있다. 가해자는 이 틈을 더 파고들어 자기 위세, 인맥, 상황 통제력을 직간접적으로 유세하기에, 피해자는 가해자의 늘어가는 거짓을 분별할 능력마저 서서히 잃어간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정서와 현실에 오랜 기간 깊숙이 개입하여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무너진 상태라면,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가해자로부터 벗어나고 싶어도, 사람 관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가해자와 거리를 둘수록 심리적 혼란이 가중되어, 도리어 이미 의존했던 가해자를 더 의존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해자와 물리적으로 벗어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가해자의 관점 중 자신도 긍정하는 일부 의사에 동조하여, 심적으로 가해자에게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면모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이겨내려면, 지금껏 가해자가 한 모든 발언을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한 발언으로 치부하고, 가해자의 말에서 진실을 찾으려 해선 안 된다. 가해자와의 모든 연결 고리를 단호히 끊어내는 것이 치유의 첫걸음이다. 이후 자신에게 성취감을 주는 일이나 취미를 통해 무너진 자존감을 천천히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누군가가 내 생각과 행동, 가치를 의심하게 하거나, 내 신념에 기반한 생각과 행동을 왜곡하려고 하거나, 나와의 대화에서 심리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행동을 계속 보인다면, 이는 명백히 심리적 지배 시도일 수 있다. 이럴 때는 가스라이팅을 강력히 의심하면서 그 상대방이 하는 모든 발언을 무시하고 즉각적인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한다.


2024년 04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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