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관찰

행복과 불안

by 레아


여름밤 사랑을 나누는 건 정말 뜨겁고 쑥스러운 일이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건 여름 날씨이기 이전에 애정의 열기가 훅 올라왔기 때문일까. 한 김 빠지고 난 뒤 나는 침대에 삼켜지듯 뻗어 누웠다. 눈을 감고 간질간질한 기분에 취해 잠들기 직전 옆에서 부스럭대는 소리에 귀가 열렸다. 너는 대뜸 몸을 반쯤 일으키더니 팔을 구부려 머리를 괴며 내게 말했다.


“저기 말이야. 지금 너무 행복해서 불안해. 우리가 변하면 어떡하지?”

“그게 무슨 말이야?”


눈을 반만 뜨며 나른하게 대답했다. 잠들기 딱 좋은 순간이었는데 이 무슨 잠이 달아나는 소리람. 행복하면 행복, 불안하면 불안이지 의미가 반대인 두 단어가 한 문장에 있을 수가 있나.


“생각을 해봐. 지금 말도 안 되게 행복하잖아.”

“그럼 좋잖아. 뭐가 문제야?”

“이 행복에도 끝이 있을 거야. 이 설렘도, 우리도, 결국 변할 거야. 지난 연애들처럼 서로가 곧 지겨워지면 어떡하냔 말이야. 영원하지 않을 사랑을, 넌 믿을 수 있어?”


영원하지 않을 사랑. '음, 지난 연애들이 그렇게 반복되긴 했었지 아마.' 생각했다. 우리 모습이 지난 시간과 경험으로 만들어진 산물이라지만, 지금 우리 사이는 그것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우린 달라. 무엇보다 넌 감사할 줄 아는 아이잖아. 그 점이 달라.”


신에게 행복을 달라고 기도를 하면 신은 감사를 배우라 했다. 내가 가진 것을 보고자 하면 행복은 따라온다는 것이다. 너를 만나고 매일 감사한 기분에 젖어사니까 행복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갸우뚱하는 고갯짓에 말을 덧붙였다.


“네 말대로 우리가 영원히 똑같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설렘이 끝나는 그날에도, 우린 그날의 감사한 일을 찾아낼 거야. 감사함을 아는 우린 서로를 알아봤잖아."


아마 저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은 확신에 차있을 테다. 몸을 일으켜 베고 있던 베개를 옆으로 치우고 가까이 앉았다. 내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옮겼으나 여전히 팔을 머리에 괴어 날 올려다보고 있는 너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삶을 관찰하는 게 우리의 생활이 된다면, 우린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을 거야. 그 관찰에는 필히 감사함이 있을 거고. 그러니까 우리 사랑하기 위해 서로를 끊임없이 관찰하자. “


이건 나의 고백. 영원하지 않을 사랑에 대한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자 맹세.


내 말에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말을 이해한 건지 아닌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 순간 미소 짓는 네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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