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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May 24. 2024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글쓰기 모임 무사 오픈 기원글 #6

고립•은둔 청년 53만 시대. 20대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고독사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자주 들려온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동질감에 가깝다. 나도 방 안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다. 남 일 같지가 않다. 뭐라도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그러다 떠올린 것이 글쓰기 모임인 모라도 클럽이다.


내가 이 모임을 여는 이유는 무척 단순하다. 나도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나를 표현하고 마음을 돌보게 되었다.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에너지가 생겨났다. 그래서 모임을 찾아 나갔다. 사람들로부터 힘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글쓰기 모임을 여는 도전을 하는 자리에 이르렀다. 내가 도움을 받았으니, 나처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큰 문제가 있다. 사람을 모으는 것이 극한의 난이도다. 고립•은둔 청년들은 아마 방 안에 무기력하게 누워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우연찮게 글을 읽는다고 한들 모임에 나오는 게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예전의 나를 떠올려 본다면? 절대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사람이 싫어서 방 안에 있는데 무슨 놈의 모임을 나가겠는가? 도전? 용기? 살아갈 의미도 모른데, 도대체 뭘 하라는 말인가? 만약 당신이 나의 예전의 모습과 똑같은 상황에 있다면 나를 비웃기에 쓰는 에너지조차 아까울지도 모른다.


안다. 나도 이해한다. 당신이 맞다. 하지만 내 말을 좀 더 들어주길 바란다. 적어도 편의점에 담배는 사러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 뻘글에 댓글 정도는 달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의 에너지라도 있다면 모임에 나오라고 말하고 싶다. 편의점 가듯 집을 나서서, 댓글 달듯 글을 써라. 그러면 가볍게 환영해 주고, 깊이 공감해 주겠다. 어차피 죽을 거라 모임에 갈 의미가 없다고? 그러면 나와서 유서라도 써라. 당신을 살려주고, 도와줄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함께 시간을 보내주겠다.


아니, 모임에 나오지 않아도 좋다. 사람이 모여있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나라도 1:1로 만나자. 나는 당신에게 충분히 공감하고 당신의 상황을 이해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순수하게 당신을 도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힘을 냈으면 좋겠고, 삶을 긍정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사이비 단체에 당신을 포섭하려는 것도 아니며, 당신을 가스라이팅 해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의 목적은 당신이 당신 자체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때의 나처럼 ‘누군가 나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 일단은 만나자!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하소연은 들어주겠다. 당신에게 힘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아니, 만나지 않아도 좋다. 뭐라도 써서 나에게 보내라. 얼굴이 드러나고, 이름이 드러나는 게 싫다면 익명으로 오픈톡으로 라도 보내라. 뭐라도 써서 보내면 내가 피드백을 해주겠다. 당신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겠다.


아니, 나에게 뭘 보내지 않아도 좋다. 혼자 글이라도 써라, 글이 싫으면 낙서라도 하고, 그림이라도 그리고, 욕설이라도 해라. 마음속에서 무엇이라도 끄집어내라.


다 싫다고? 그래도 죽지는 마라. 당신 마음이 당신을 일으켜 낼 때까지는 기다려보자. 자극적인 콘텐츠라도 보면서, 술이라도 퍼마시면서 버텨내자. 눈을 뜨는 것이 무섭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운 나날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살게 된다. 잿더미 속에서 무엇인가는 일어나게 된다.


그것마저 받아들이기 싫다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부탁하겠다. 이 글을 이렇게 길게 쓰고 있는 나를 위해서. 당신이 행복해지고, 당신의 삶이 의미 있고, 생동감이 넘치기 바라는 나를 위해서. 전혀 관계가 없는 남이지만 딱 한 번만 속는 셈 치고 나에게 연락을 주길 바란다. 언제라도 당신에게 시간을 내주고 싶으니.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https://linktr.ee/inner._.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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