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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May 30. 2024

글 쓰는 재미

글쓰기 모임 무사 오픈 기원 글 #12

하루에 글 하나. 동탄 글쓰기 모임 ‘모라도 클럽’이 열리기를 기원하면서 뭐라도 써보기 시작한 지 열흘이 좀 넘었다. 이제 글쓰기가 루틴으로 잘 자리 잡은 것 같다. 일단 뭐라도 쓰기만 하면 되니까 부담 없고 성취감이 느껴진다. 성공을 기원하고 결의를 다지는 것을 넘어, 쓰는 것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쓰는 행위뿐만 아니라 글 쓰는 환경 같은 관련된 것들에도 더불어 재미가 생겼다. 어떤 일이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데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글쓰기의 가장 큰 재미는 표현하는 재미라고 본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꺼내는 것 자체에 이미 희열이 있다. 원한다면 어떤 주제라도, 어떤 방식으로라도 쓸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며 묘사할 수도 있다. 과거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현실을 아름답게도, 추악하게도 그릴 수 있다. 마음속에 쌓인 것을 분출해 낼 수도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글을 쓰고 지우고 편집하는 것도 마음대로다. 그러니 글쓰기는 자유의 세계다. 물론, 이 모든 일이 숨 쉬듯 쉬운 일은 아니다. 자기가 쓴 글이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 하지만 재미있다. 몰입하면서 화장실에 가는 것도 참을 만큼 말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수준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잊은 채 글을 쓰고 있을 만큼 말이다.


글쓰기의 또 다른 재미는 성장하는 재미이다. 마치 RPG 게임에서 퀘스트를 깨고 레벨업 하는 것처럼 글을 쓰는 것이다. 글쓰기 모임에 가면 내 글의 피드백을 받게 된다. 모임에 가지 않아도, 이전의 내 글을 읽다 보면 고칠 점이 눈에 보이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퀘스트다. 다음에 글을 쓸 때 적용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글은 자기 자신에 많이 집중하다 보니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다음 글에서는 좀 더 독자를 떠올리며 써보는 거다. 중복이 많으면 읽기가 지루하니까, 그런 표현들을 줄인다. 글에 에피소드나 디테일한 예가 부족해서 분량이 짧은데, 다음부터는 내용을 보완하는 거다. 이런 퀘스트들을 수행하다 보면 글 실력이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아가고, 이전에 하지 못했던 신선한 생각들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레벨업을 하다 보면 난이도를 점점 높여가며 퀘스트를 깨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글 쓰는 환경을 바꾸면 글 쓰는 재미에 또 다른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아침에 할 일을 다 해놓고 카페에 나와서 맥북을 여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카페에서 틀어주는 괴상한 BGM을 이어폰으로 틀어막고 나만의 플리를 켜면 공간의 색깔이 달라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머금고, 전두엽을 스치는 생각을 타자로 치기 시작한다. 단어가 단어를 따라오고, 문장이 문장을 따라 나온다. 유치한 내용이라 곧 삭제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그러다가 몰입해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진지한 표정으로 문장을 다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카페에서 글을 쓰면 허세 부리는 재미가 있다. 가끔씩 글을 쓰다 말고 고개를 든다. 창 밖에 바쁘게 오가는 자동차와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게 참 좋다.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좋다. ‘카페에서 글 쓰는 남자라니, 뭔가 작가처럼 보이지 않을까?’ 찐따 망상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 물론, 나는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사람이라 내가 카페에 앉아서 뭘 하든 말든 대수롭지 않은 광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말이다.


글 쓰는 것에 있어서 또 다른 재미는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는 재미이다. 이때 중요한 건, 읽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재미있다고 읽는 사람도 무조건 재미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재미는 강요할 수도, 가르칠 수도 없는 것이다. 재미가 있어야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글을 써야 한다. 이건 나 혼자 깰 수 있는 퀘스트는 아닌 것 같다.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면서 소통하며 배워야 한다. 사람들은 어떤 글을 재미있어하는지. 내 글은 그들에게 재미있는지. 그래서 모라도 클럽이 열리는 것이 무척 기대된다. 사람들과 함께 글 쓰는 재미를 나눌 수 있게 될 것 같아서.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https://linktr.ee/inner._.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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