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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May 29. 2024

걷기를 시작했다

글쓰기 모임 무사 오픈 기원 글 #11

걷기를 시작했다. 호수 공원 주변을 슬슬 걸었다. 며칠 그렇게 걷다가 그제부터 10,000보를 채우기 시작했다. 소근육들이 말을 걸어왔다. “아니, 너 레알로 계속 운동하는 거야?” 그럴 리 없다는 표정들을 짓다가 하나 둘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아프기 시작한다. 양쪽 발목과 앞정강이, 오른쪽 골반안쪽, 무릎과 허리. 심한 통증은 아니지만, 그동안 안 썼던 근육들이라 놀란 것 같다. 걷는 자세가 자꾸 무너진다.


걸으면 마음속 이야기들이 떠오를 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아프니까 ‘집에 갈까?’ 갈등이 마음을 괴롭혔다. 예전에 드라마 [미생]에서 체력이 약하면 집중력이 떨어지니 바둑도 못 둔다고 한 게 기억났다. 몸이 조금 힘든데도 이런저런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마음을 탐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견디는 것에 온통 에너지를 쓰고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걷기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다른 것을 얻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당분간은 걷는 것에만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아쉬움이 쉽게 가시는 건 아니다. 뭔가 더 할 수 있는 걸 못하는 느낌, 뭔가 시간을 낭비하는 느낌, 뭔가를 놓치는 느낌이다. 뭔가를 더 해야겠다는 강박과 조급함, 욕심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다. 뭔가 이 시간을 통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고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저런 아이디어와 통찰을 내었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으니 마음이 답답한 거다.


어쩌면 나에게 더 중요한 건 이런 것들을 쳐내는 작업이 아닐까? 마음의 시끄러움을 털어내고 침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잡념들을 털어내면 오히려 내가 더 원하는 것을 얻게 되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이것이 나에게는 새로운 길이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이다. 그러니 오늘 저녁에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걸으러 나가야겠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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