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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n 14. 2024

점 두 개

나의 외로움의 모양 (『외로움의 모양』을 읽고..)

좋아하는 책방에서 『외로움의 모양』이라는 책으로 독서모임을 연다고 했다. 인스타 피드에서 보자마자 주저 없이 신청했다. 책의 제목에서 당기는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힘에 이끌려 가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너무 잘 알았다. 마치 아이유 신곡이 나왔다는 소문을 들으면, 그 노래를 듣기도 전에 좋을 것을 아는 것처럼.


이 책의 저자는 외로움 자체에 주목하려고 했다. 12명을 인터뷰했는데 외로움의 색깔과 모양이 다 달랐다. 어린 시절 가족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없어서, 인생의 무게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서, 고통을 제대로 해석해 낼 수 없어서, 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서. 그들에게 외로움은 “바람에 구르는 바싹 마른 낙엽”같기도 했고, “텅 비어 있는 매트한 타조알” 같기도 했다. 뭔가 “검고 단단한 덩어리”나 “투명함”, “시린 공기”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의 외로움이 날 불렀던 것일까? 때로는 메마르고,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슬프기까지 한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나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외로움의 모양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오래된 기억 창고를 여는 열쇠였다. 먼지 쌓인 기억들이 의식의 거실로 앞다투어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왔던 건 음악이었다. Sting의 “Englishman in New York”이라는 곡이었다. 외로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하는 노래였다. 그 뒤로 노영심이 나왔다. 빌 에반스, 빛과 소금, 라디오헤드, La La Land, 임정희. 체계나 순서 없이 나오는 대로 플리가 채워지고 있었다. 음악이 재생되니 함께 재생되는 기억들도 있었다. NetsGo PC통신, midi 파일, marquee 태그에서 1촌, 파도타기, 도토리, 미니미로 넘어가는 그 언저리에 있는 수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이 기억들 사이에서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까?


“..” 점 두 개. 이것이 내 외로움의 모양이다. 그때 당시 글을 쓸 때 점을 2개씩 찍던 버릇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오늘 정말 좋아하는 아이를 스치듯이 지나갔어요.. 내 쪽으로 고개는 돌렸는데.. 나를 봤을까? 잘 모르겠어요..” 지금 보면 중2병 같아서 우습지만, 그때는 이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점을 2개 찍으면 왠지 모를 여운이나 감성이 느껴진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그때는 ‘sentimental’에서 파생된 ‘센치하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센치한 감정상태에 머무는 것을 좋아했다. 슬픔, 외로움, 쓸쓸함, 그리움, 향수, 허전함, 애틋함 같은 비슷한 색깔의 감정의 혼합물이었다. 그중에서도 외로움은 다른 감정들보다 더 선명하게 느꼈던 것 같다. 어느 세기말, 감수성이 풍부하다 못해 폭발하던 한 청소년은 “외로움은 초콜릿처럼 씁쓸하고 달콤하다”라는 클리쉐를 온 존재로 느끼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느끼는 촉촉한 감성이 좋았다. 글의 첫 부분에 말한 ‘내가 원하는 것’ 중 하나였다. 나만의 추억 속에 계속 머무르고 싶었다. 하지만 과거에 가까워질수록 외로움의 농도가 짙어진다. 그러다 보면 현재로 되돌아 나오기가 더 힘들어진다. 그러니 이쯤에서 기억 창고의 문을 조심스레 닫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신 독서모임에서 아쉬움을 달래 보기로 했다. 사람들과 함께 외로움을 나누며 공감하고 싶다. “당신의 외로움은 어떤 모양인가요?”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https://linktr.ee/inner._.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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