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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n 15. 2024

내가 할 수 있는 응원

[모라도 클럽] 첫 숙제 (주제 : 응원)

응원하다 (應援하다)   

동사. 운동 경기 따위에서,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다. 노래하기, 손뼉 치기 따위의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한다.

동사. 곁에서 성원하다. 또는 호응하여 도와주다.


글쓰기 모임의 첫날, 두 사람이 참석했다. 북극성님과 단프님이었다. 북극성님은 인생의 또 다른 길을 찾는 중이었다. 우연히 모라도 클럽을 알게 되었고, 글을 쓰다 보니 소설 같은 글이 나왔다며 글을 보여주었다. 단프님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자기만의 주제로 글을 쌓아오고 있었다. 잘 추려보면 책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 그 주제와는 다른 좀 더 마이너 한 장르의 글을 써보고 싶다고도 했다. 두 분 다 이미 본인이 무엇을 쓸지 알고 있었고, 글도 잘 쓰셨다. 멋진 작품을 쓸 일만 남은 것 같아서 기대가 됐다. 두 분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다.


한 분이 내게 물었다. 모라도 클럽을 왜 열었냐고. 이걸 통해서 무언가를 홍보하려는 것도 아니고, 지금 하는 일에 바로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자는 것도 아니고, 글을 잘 쓰기 위해 성장하는 모임도 아니라면 이 모임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몇 주간 모임에 대해 쓴 글들을 떠올렸다. 2-30대 고립•은둔 청년들에 대한 깊은 공감과 돕고 싶은 마음, 글을 쓰면서 마음의 힘을 얻었기에 누군가에게도 그 힘을 전하고 싶은 마음, 외로워서 글 쓰는 동료를 얻고 싶은 마음, 서로의 글에서 배우고 싶은 마음. 내가 글을 쓰고 모이는 목적은 나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응원하기 위해 열렸다.


나는 어떻게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을까? 나는 글쓰기의 초심자이고, 성취한 것이 없는 사람이다. 책 몇 권 읽고, 블로그에 몇 자 적어본 것을 가지고 아는 척할 수는 없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오만을 넘어 범죄에 가깝다. 나는 글쓰기에 대해 알려주고, 실력 향상을 도와주는 모임은 열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거다.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하는 것. 어떤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가 가 궁금하다. 감정이 어떤지, 동기가 무엇인지,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그러면 질문을 던지곤 한다. 더 잘 알고,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바로 그 순간이 그에게는 직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곤 한다. 몰랐던 자신에 대해서 더 깊이 이해하는 것, 아픔을 직면하고 재해석하며 치유하는 것, 잘못 판단하고 있었던 것을 쓰라린 마음으로 인정하는 것. 이런 걸 상담실이 아니라 우리 모임에서 해도 되는 걸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 나는 마음탐험가 아닌가? 내 마음과 감정을 잘 보고 싶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러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신의 진실을 알 때, 내적인 힘이 더 생긴다고 믿으니까. 그러면 자연히 글도 더 깊어질 것이다.


물론, 모두가 매 순간 자기 마음을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 보이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자기 마음을 숨긴 들 누가 비난하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마음에서 도망치기를 잘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곁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니 우리 안에서 어떤 글을 쓰든 다 좋은 글이라고 본다. 할 수 있는 만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열고, 자신을 꺼낼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렇게 읽혀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공감을 주는 것. 그런 것들을 잘 해내는 모임이면 좋겠다.


아직은 “안 되는 것보다 잘 되는 게 아무래도 낫지.”라거나, “잘되지 못해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어.”라는 차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처음 만났지 않은가? 북극성님의 글을 보고 혹시 이 모임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갑작스레 걱정이 되었다. 우리는 소설 쓰는 모임이 아니니까. 언제든지 원한다면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가셔도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처음 만났는데 보내는 거냐고 핀잔이 돌아왔다.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었는데, 가만히 보니 어설프게 착한 척하려 했던 것 같다. 내가 이들을 진짜로 응원하고 싶은 거라면, 함께 있어야 한다. 낯선 이가 멀리서 하는 응원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동료의 응원은 더 힘이 있을 테니까. 그래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다시는 그딴 소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뭔가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겠다. 언제라도 사람들이 편안하게 오가며 글을 쓰고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꾸준히 모임을 열어야겠다. 내가, 우리 모임이, 그리고 각자가 서로에게 그런 응원이었으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https://linktr.ee/inner._.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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