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탐험가 Jun 18. 2024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feat. 감동 실화)

어느 날 사람들과 자동차 운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직진 차선이 두 개 있는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인 상황이었다. 왼쪽 차선에 차가 5대 넘게 서 있었고, 오른쪽 차선은 정지선까지 비어있었다. 왼쪽 차선 가장 뒤에서 달려오던 나는 차선을 변경했다.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효율적이니까. 그런데 어떤 사람은 차선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차선 변경이 어려운 분도 아닌데, 무슨 이유가 있을까? 그분의 주장은 이랬다. 우선 차선 변경을 하는 것이 좀 더 사고 위험이 크고, 좀 더 빨리 가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신경 쓰이고 피곤하다고 했다. 또 다른 분은 인도에서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와서 놀랬던 경험이 있어서 왼쪽 차로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15년 넘게 운전을 했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무척 신선한 충격이었다. 효율성만을 추구하다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습관은 나의 일상에서도 종종 드러난다. 요즘 카페에서 글을 쓰는데, 가급적 오전 안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애쓴다. 그렇게 못하면 하루 종일 글 생각에 정신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등원한 순간부터 나의 모든 관심은 최단시간에 카페에 도착해서 글쓰기 세팅을 완료하는 것에 맞춰진다. 신호가 더 빨리 바뀌는 쪽의 횡단보도를 건넌다. 건너면서 카페 어플의 바코드 페이지를 연다. 직원에게 주문하는 것보다 키오스크가 더 빠르다. 내 손은 이미 주문에 익숙해져 있다. 화면이 전환되기도 전에 손이 버튼에 먼저 도착해 있을 정도다. 번호표를 낚아채고 자리로 간다. 커피가 나오기 전까지 글을 쓰는 세팅을 완료한다. 커피를 받아와서 자리에 앉으면 그제부터 시작이다.


최근에는 짧은 시간 차이로 손님의 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많으면 커피를 받는 시간이 느려져서 신경이 쓰인다. 어느 날 아이 등원이 늦어졌다. 카페로 가는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내 시야에 경쟁자들이 들어왔다. 왼쪽에서 여자 1명, 오른쪽에서 남자 2명. 남자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것 같다. 그렇다면 총 3명이 내 앞에서 주문을 할 텐데, 나만큼 초고속 주문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람들보다 앞서서 뛰어 들어갈까 생각도 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의 귀한 글쓰기 시간을 몇 분이나 빼앗기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스워보일 것 같아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어떤 글을 쓸지 생각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집중이 잘 되지는 않아서 답답했다. 문득 어플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다 순간 기가 막혀서 “하!”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아니, 어플로 주문하면 되잖아?’ 왜 그 생각을 못했던 걸까? 키오스크 보다 손이 빠르네, 경쟁자가 어떻네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걸어오면서 주문하면 되니까. 효율성을 추구하다 더 큰 효율성을 놓칠 수도 있다.


오늘은 아이를 등원시키자마자 바로 어플로 주문을 넣었다. 어플 안에서도 ‘나만의 메뉴’로 최적의 세팅을 해놓았다. ‘아, 진작에 할걸. 여기 맨날 오는데 이 생각을 이제 하네.’ 내일부터는 주문이 좀 더 간편해질 것을 기뻐하며 미리 나온 커피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노트북을 열고 인터넷 화면을 정리하다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마 최근 몇 달 동안 가장 오랫동안 어이없어했을 것이다. 캘린더 오늘 날짜에 “10시 독서모임”이라고 쓰여있었다. 심지어 고대하던 독서모임이었는데, 이걸 깜빡하다니.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터덜터덜 카페를 나섰다. 효율성만을 추구하다 보면 효율성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어도, 또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면 효율성을 또 놓치게 되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https://linktr.ee/inner._.explorer


작가의 이전글 걷기와 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