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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Sep 22. 2023

광기 혹은 OO

김민영의 [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를 읽고

읽은 책 : 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

저자 : 김민영

출판사 : 북바이북 (2020)

작성 일시 : 2023년 9월 22일 새벽 2시




우선 받아온 이 목록부터 바닥에 내려놓고 숨을 좀 돌리자.


달과 6펜스(서머싯 몸), 새벽의 약속(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맹 가리), 자기 앞의 생(로맹 가리), 청춘의 독서(유시민), 투명인간(성석제), 삶을 위한 철학수업(이진경), 위대한 개츠비(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모멸감(김찬호), 침묵으로 가르치기(도널드 L. 핀켈), 우정 나의 종교(슈테판 츠바이크),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정미경), 소년의 눈물(서경식), 시의 힘(서경식), 흰 개(로맹가리),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버트런드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버트런드 러셀), 회색인간(김동식), 생각하고 소통하는 글쓰기(김성수), 가족어 사전(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온 더 무브(올리버 색스), 소설과 소설가(오르한 파묵), 순박한 마음(플로베르), 마담 보바리(플로베르),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니콜라이 레스코프), 간디 자서전(간디).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책들 중에 장바구니에 담을 것들만 추렸다. 그런데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저자의 말이 맞다. 책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많다는 것이다. (159) 이걸 언제 다…… 아니다 우선 읽은 책 서평이나 써보자.


이 책은 한 독서광의 5개월간의 광기를 기록한 것이다. 책 제목을 보라. [나는 오늘 간만에 책 모임에 간다]가 아니다. 오늘도. 나는 오늘도 간다. 또 간다. 내일도 간다. 그렇게 매일 매일 거의 매일 책 모임을 간다. (266) 책을 읽고 싶어서 모임을 간다. 혼자서는 책을 못 읽을 것 같아서 모임을 간다. 잘 읽힐만한 책이 아니어서 모임을 간다. 없으면 만들어서 간다. 간다 간다 오늘도 간다. 이것이 광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광기가 아니고 열정이라고 하자. 왜냐하면 저자는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그것이 저자의 직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보통 가기도 싫은 직장을 억지로 매일 가지 않는가? (어쩌면 그게 더 광기일지도..)


어쨌든!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의 책 모임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저자는 책이 쓰인 시점으로 따지면 15년 동안 모임을 진행해왔다. 책을 사랑하고, 책 모임을 사랑하다가, 결국 책 모임의 중심은 책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7)을 깨달았다고 한다. 책 모임은 삶을 대하는 자세(38)까지 바꾸었다. 오만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히고, 좁은 시야와 편견에 헤매던 자신이 이제는 다른 사람의 다른 의견들을 기다리는 데까지 성장했다(6)고 한다.

때로는 모임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울고 웃고, 때로는 자신의 실수에 밤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본인이 추천한 책을 사람들도 좋아할 때 한없이 기쁘기도 하다. 좋은 책, 좋은 작가를 만나면 소개해주고 싶어서 몸이 달지만, 리더로서 다양한 사람을 품고 가급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에 너무 들뜨지도 못한다. 독서모임의 리더는 그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책 모임 운영자는 ‘덜 놓치는 사람’이자 ‘더 듣는 사람’이다.” (101) 이야기가 수다로 흐르더라도 다시 책으로 집중시키고,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데(131) 초점을 맞추게 하는 것이 리더의 미덕이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이 부딪힐 때 잘 조율하는 사람이 독서모임의 바람직한 인도자인 것이다.


한편 “노벨상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중도 포기를 많이 한다는 아이러니가 개인적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책 자체는 좋은 책일지 모르나, 책 모임을 위해서는 좋은 책이 아니라는 것. 어떻게 보면 좋은 책 모임을 하기 위해서 무조건 훌륭한 책을 골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멤버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하면서도 충분히 좋은 토론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적당한 책을 선정하는 것이 리더가 가져야 할 눈이다. (157)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책 모임 진행자로서 이 책의 많은 부분에 공감하게 된다. 도움도 많이 된다.

김민영 작가는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그의 지난 저서들을 읽고 좋아하게 되었다. [서평 글쓰기 특강], [필사 문장력 특강], [질문하는 독서의 힘]을 읽었다. 실용서 임에도 불구하고 통찰력 있는 문장들과 적절한 인용구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 책들의 아쉬운 점(?)은 공저라는 것인데, [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는 김민영 저자 단독 저술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의 소심한 팬이다. 열성적인 팬은 아니고 멀리서 응원하는 스타일.

조만간 그의 앞에 조용히 나타나 이 책에 싸인을 받고 조용히 사라질 계획이다.

그의 광기(?)를 따라잡지는 못하겠지만,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같은 길을 걷고 싶으니까.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https://linktr.ee/inner._.explo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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