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우울증의 묘약은 대화,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들
아내의 말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나는 우울증 따위는 전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항상 강할 것만 같은 나도 감정의 소용돌이에 버티지 못하고 힘들어하고 있구나 생각을 했다. 그날 이후, 아이를 최대한 일찍 재워 보았고, 아내와 매일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오빠! 나도 야근 안하면 최대한 집으로 일찍와서 육아를 열심히 할테니까, 오빠도 아이만 신경쓰지 말고 오빠를 위한 시간을 좀 가져봐. 일주일에 1~2일은 청소, 빨래도 하지말고, 밥도 대충 사와서 먹이라고. 그리고, 놀이터에서 놀 때 인사부터 먼저하면 엄마들하고 대화가 좀 될걸? 육아친구가 있으면 좋은데.” 란 아내의 말.
엉덩이가 무거워 나의 삶에 큰 변화가 싫은 극 ISTJ인 나는 아내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주 1회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온라인 육아활동도 해보기로 했다. 구에서 운영하는 켈리그라피 수업을 들으며 차분하게 자기계발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육아가 힘든 날에는 육아종합지원센터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가서 공동육아를 해보기도 했다. 또한, 놀이터에서도 적극적으로 인사를 하고 다니니아빠가 육아를 하는 모습이 멋지다며 나와 계시던 조부모님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이를 계기로 동네엄마 육아모임에 낄 수 있었다.
또한, 온라인 육아활동을 위해서 맘 카페에 가입해보고 싶었으나, 아빠는 가입이 되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100인의 아빠단'이란 아빠육아 카페가 있어서 즉시 가입하여 육아비법 및 정책, 육아 고민해결에 대한 정보들을 얻었다. 훨씬 수월하게 육아가 가능하였고, 감정 컨트롤에도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코로나19 시기에는 공동육아를 하기도, 마음편히 자기계발 시간을 가지기도 정말 어려웠다. 당시 집콕육아만 하다보니 양육자와 아이 모두에게 답답함과 스트레스가 자주 쌓여갔다. 눈치안보고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며 마스크 없이 편하게 남들과 대화하는 일상으로 돌아간 지금이 새삼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