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그림자
휴직 후 전업육아를 하면서 아이가 주는 무한한 행복감에 부성애도 커져갔지만, 육아는 생각보다 쉽지는않았다. 육아는 회사 일처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가 없었다. 내가 계획한대로 아이는 따라주지 않았고, 아이의 욕구에 나의 시계를 맞추다보니 어느덧 반복적인 일상 속에 무력감이 느껴졌다. 육아에서 주 양육자는 감정노동자였고, 특히 아빠육아는 더욱 고립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하원한 아이와 놀이터에 가서 놀 때 아빠들은 많이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엄마나 조부모님들이 아이를돌보고 있었다. 분명히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인 것 같은데 그 엄마들 무리 속에 쉽게 낄 수 없었다. 낯가림도 좀 심했지만, 다가가도 무슨 말을 해야하나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어느 날, 퇴근한 아내에게 내가 말했다. “여보, 나 이러다가 입에서 단내가 날 것 같아. 말을 하고 사는 것 같지 않아. 집에서도 혼잣말 하는 것 같고.”
또한,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잔소리도 늘어만 갔다. 밥을 먹을 때나, 놀이를 할 때 어른의 기준에서 버릇없는 행동들이 보일 때면 나오던 “밤톨아.안돼!” “그렇게 하면 못써!” “그러면 다친다!” “포크 좀 그만 던져!” 등의 잔소리들. 잔소리를 하고 나면 입맛도 없고, 미안한 마음에 온 몸에 힘이 빠지곤 했다. 심지어, 거울에 비친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떨어질 때가 많았다. 아! 아내가 나에게 고충을 토로했던 것이 이런거구나.
어느 날 아내가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