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육아와 가사
아이들이 주는 귀여움과 행복함이 큼에도, 매일매일반복되는 육아휴직 삶은 나에게 상당한 무기력감도 가져다주었다.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날, 아이들은 오전 9시가 되어야 기상하였다. 주말에는 7시부터 일어나 놀아달라고 부모를 그렇게도 깨우는데 말이다. 아침을 간단히 먹이고, 씻기며 양치해주고, 옷 갈아입히는 등원 전쟁을 시작하였다. 물론, 11살이 된 첫째는 혼자서 기본 생활들을 척척 잘해내지만 당시에는 아빠 도움이 절대적이었고, 조금 느린 8살 아들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빨리 준비해서 등원을 해도 10시쯤. 집으로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간식거리나 저녁 밥거리 재료를 사온다. 집에 돌아와서 밀린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로 집안 전체적으로 청소를 한다. 쌓여있는 빨래도 하고, 건조기도 돌리면서 정신없는 아이 방도 같이 정리 해본다. 저녁으로 먹일 반찬이나 국도 미리 만들어 놓기도 한다. 가끔씩 이불도 빨고, 털고, 바닥 물걸레질도 해야 하니 참 가사가 할 게 많구나 싶다.
화장실 청소도 주기적으로 해야 냄새가 안나고, 부엌 정리정돈은 물론, 싱크대 드레인 부위도 열심히 닦아야 악취가 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먹다 남은 음식물도 분리 배출하고, 재활용도 분리해서 정해진 날에 버려야 쓰레기가 쌓이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로는 비대면 주문도 많아 쌓이는 재활용 쓰레기에 놀라곤 한다.
가사를 하는 중 시간을 내어 늦은 점심밥을 차려먹고, 한 숨 돌리면 하원을 하는 시간이 되어버린다. 은행을 가는 등 집안 볼 일이 있거나, 개인적으로 무엇을 배운다하면 더 촉박하게 지내야만 한다. 하원을 하고 나면 아내가 퇴근해 오기까지 아이들과 놀고, 씻기고, 저녁밥을 차려 먹여야 한다. 만약, 아이가 학생이라면 더욱 바쁠터. 방과 후 숙제나 준비물, 공부까지 챙긴다면 더 정신없다. 다람쥐 챗바퀴 돌리 듯 반복되는 삶으로 하루가 짧게 느껴지니 참 아쉽다.
자주 반복되는 일과들을 나열해보았지만, 실제로는 가지치는 일이 더 많다. 확실하게 나는 말할 수 있다.
아이들은 가만히 있는다고 스스로 자라지 않으며, 부모와의 대화와 놀이, 스킨쉽을 통해 함께 성장 중인 것이다. 또한, 눈에 띄지 않는 가사는 육아와 함께해야만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니, 코로나 이후로는 육아와 가사량도 많이 늘었다.
직장 다닐 때는 지쳐서 퇴근했기에 늘 쇼파에 눕고만 싶었고, 핸드폰만 계속 보았다. 주양육자였던 아내에게 고생했다는 말 한번 해주지 못했는데,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주말에 기분좋게 지낸이면에는 헌신하는 아내의 노고가 있다는 것을 잘 몰랐던 것이다.
지금 서로 바뀐 처지의 나에게 퇴근한 아내가 자주 이야기 해준다. “오빠! 아이들 보느라 고생 많았지. 지금부터는 내가 돌볼 테니까 오빠는 밤 바람 좀 쐬던가, 카페가서 커피한잔 하고 와!” 오늘도 이 한마디에 힘을 내서 하루를 행복하게 육퇴(육아퇴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