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함께
정신없었던 2020년 3월 첫 주. 8살이 된 딸아이와 처음 학교에 갈 가방과 준비물을 같이 챙기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학교에 대한 생각, 두려움, 설레임, 친구들, 선생님, 숙제, 공부 등 이야기 할 거리는 참 많았다. 아이는 공부를 본격적으로 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도 있었지만, 처음 가보는 학교에 대한 호기심과 즐거움이 더 앞서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언제까지 등교가 지속될지 몰랐으니 지금 이 시기들이 참 소중하다.
학교에 들어가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갈고 닦은 사회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시기가 된다. 친구들과대화하고, 놀고, 같이 지내면서 절친도 생길 것이며, 부모보다는 친구를 더 찾는 시기가 다가 올 것이다. 회사 동료가 "아이들은 학생이 되면서부터 부모 곁을 떠날 준비를 하는 거야." 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100% 공감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기에 깊게 생각해보곤 한다.
2019년 12월 경, 첫째가 갑자기 스케치북을 가져와 열심히 큰 글씨를 쓰고 자르더니 방문에 붙인 문패가 있었다. 바로 ‘출입금지’. 아내와 난 그것을 보자마자 빵 터져서 깔깔거리며 크게 웃었었다. 이제 첫째도 다 컷구나 싶었고, 어엿한 학생이 되니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야 하고 진정으로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학부모가 된 지금, 아이와 자주 등하교 하고, 고민도 들어주고, 어려움을 같이 해결해보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육아법이 아닐까.
오늘도 11살인 첫째는 멋진 학생으로, 8살인 둘째 또한 귀여운 학생으로, 나는 철부지 아빠에서 좀 더 철든 학부모로 같이 성장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시간들을 소중히하며, 새로운 ‘육아의 맛’들을 경험하며 행복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