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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앤디 Mar 12. 2024

지난 10년에 대한 회고 #6, 2019년

미래의 나, 그리고 이제 시작하는 분들을 위하여


2019년 - 여러모로 반대인 파트너를 만나 지금의 가치크리에이션의 원형을 만들기 시작한 해입니다. 

다름은 갈등이 될 수도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면 시너지가 될 수 있음을 체감한 시기입니다.


가치크리에이션이 점점 알려지고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고객/사람들이 늘어가면서 일을 배우고 싶거나 같이 하고 싶다고 찾아온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거절했다.


직장 생활 중 매니저로서 팀원을 이끄는 것은 즐겁고 자신 있는 일이었지만, 사업 초기에 대표/고용주로서 일하면서 스스로 느꼈던 부족함이 너무 컸고, 직원이 떠날 때의 상실감은 여러 번 겪어도 무뎌지지 않았다. 또, 업무 부담을 줄이려고 팀을 꾸렸는데, 정작 직원들을 관리하고 업무를 알려주느라 오히려 시간이 더 부족해지고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 후로는 부담이 됐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직원이 아닌 파트너로 일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와 비슷한 경험치나 역량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나와 비슷한 수준의 사명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있거나, 둘 중 하나는 충족해야 각자의 역할에 집중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인 2019년 말, 그런 파트너를 만났다. 나보다 9살 어린 김지현 파트너는 퇴사학교에서 진행하던 과정에 수강생으로 처음 만났다. 그리고 종료 후 당시 거주 중이던 대구에서 서울까지 나를 찾아왔다. 과정에서 소개했던 나다움을 발견하고 구현하는 방법이 큰 도움이 되었고, 이를 학생들에게도 적용해 보고 싶다고 했다. 마침 나도 교육과 청소년 문제에 늘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그럼 도와줄 테니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두 가지 질문을 했다. 


첫째,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나?”

평생 하겠다는 다짐을 듣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평생 하고 싶을 만큼 주제에 대한 진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야 나와 명분을 공유하는 파트너가 될 테니까.


둘째,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하고 싶은가, 조언하고 싶은가, 아니면 그들이 답을 찾도록 도와주고 싶은가?”

단순히 녹음기처럼 지식만 전달하거나,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쉽고 편한 방법이지만, 내가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나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는 우리가 만나는 고객의 판단과 결정, 즉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사람이어야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일할 수 있으니까. 


취향도, 관심사도, 살아온 삶도, 배경도 많은 것들이 나와 반대인 김지현 파트너


김지현 파트너는 이 두 가지 모두 충족시킨 첫 케이스였다. 이전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나를 찾아온 사람들은 단순히 우리 콘텐츠로 밥벌이를 하고 싶거나, 자신이 조언하고 싶은 메시지를 정당화하기 위한 그럴듯한 근거가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둘 다 그 자체로 나쁠 건 없지만, 이렇게는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도구든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성향도 마찬가지이다. 잘 사용하면 나를 해방시키고 확장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편견과 족쇄, 분열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난 우리의 도구가, 우리가 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고객에게 지속되는 긍정적 변화의 원천을 만들어내길 바랐다. 때로는 이런 이유로 고객이나 프로젝트를 고사하기도 했고, 초기에는 그렇게 성향이나 강점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고객에게 경고(?)하기도 했었다 (담당자가 얼마나 어이없었을까…). 


그 이후로 청소년 문제도 함께 풀어보려고 노력도 해보고, B2B 프로그램과 교구도 함께 만들어보고, 모임도 기획해 보며 5년을 함께 했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나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어루만지는 관심과, 때로는 진지함을 내려놓고 신나게 일하는 법을 알려준 동반자이자 스승이기도 하다. 


'이런 것 한번 해볼까요?' '이런 것 만들어보면 어떨까요?'가 우리의 일상 대화였다.


나만큼 진심으로 이 일을 대하고, 고객을 ‘돈을 지불하는 사람’ 이전에 우리가 도와주고 기쁘게 해주고 싶은 대상으로 여기는 파트너를 만나면서 가치크리에이션은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2019년을 돌아보며 얻은 교훈은,


1.  성과를 냈을 때의 기쁨은 잠시지만, 마음 맞는 동료와 덕업일치하는 행복은 매일 지속된다.

2.  내가 믿는 상대의 가능성의 크기가 그 사람의 그릇과 능력의 크기가 된다.

3.  목표보다 목적의 힘이 더 강하고 오래간다.


2024년 3월 12일

박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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