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을 위하여
2018년 - 단순히 내 분야의 전문가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사업에 대해 생각하고 배워가기 시작한 해입니다. 아이가 자라고 변해가는 신비를 매일 옆에서 볼 수 있었던 감사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업과 아이 모두 이 시기에 부쩍 컸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바뀐 부분 중 하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게 되었다는 점이다.
학생 때는 대부분의 것들이 타의로 정해져 있다. 나의 하루 일과, 해야 하는 일, 열심히 하면 주어지는 보상, 그렇지 않았을 때의 대가… 졸업 후 직장인이 되어도 대부분 비슷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퇴 전까지 제한된 가능성과 선택 안에서 살아간다.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철길처럼 내 앞에 경로가 놓여 있고, 이런 예측 가능함이 주는 나름의 안정감이 있다 보니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밖에 나오면 아무도 정해주지 않는다. 미래를 그려주지도 않는다. 간섭하는 사람도 없고, 조언해 주는 사람도 없다. 업무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도 없고, 대신 책임져 줄 상사도 없다. 매 순간 스스로 선택해야 하고,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2018년은 첫아이 출생과 책 집필로 여유시간이 거의 없었다. 본격적으로 외국계 고객사들의 의뢰도 늘어나기 시작했던 시점에, ‘강점혁명 2.0’ 출판을 앞두고 강점코치로서 번역 자문도 의로 받아 유난히 바빴던 해다.
그러던 어느 날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이라는 곳에서 자문 회의 참석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 충북 청주시 오창에 소재한 이 기관에서(지금은 대덕연구단지로 이전) 과학기술인을 대상으로 경력개발 자가설계 교육과정을 기획하면서 자문을 구한다고 했다.
2시간의 자문 회의를 위해 왕복 6시간을 운전해서 청주에 다녀오는 것은 당시의 나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전부터 공공기관이나 학교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 노력했기 때문에 드라이브 삼아 다녀왔다. 그리고 잊어버렸다.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연락을 받고 해당 교육과정을 직접 맡게 되었다. 기관 최초로 첫해에 완벽에 가까운 만족도 결과를 얻어 올해의 우수 교수진 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후 3년간 20대부터 60대까지 수 백 명의 과학기술인들과 전국 각지에서 만나며 업무, 커리어, 인생에 강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시기에 동일한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운영하고 다듬으며 가치크리에이션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사소해 보였고, 별로 얻을 게 없었고, 귀찮았던 그 부탁을 거절했다면 스쳐 지나칠 뻔한 기회였다. 이 경험 이후로 난 다양한, 그리고 먼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 앞에 나타난 챌린지들을 기쁘게 맞이하고 있다. 나중에 무엇으로 어떻게 연결될지 모르는 기회가 가면을 쓰고 나타난 것일 수도 있음을 알기에.
2018년에 얻은 교훈을 정리해 보자면,
1. 사업에서 시간의 스케일은 일, 월이 아닌 몇 년인 경우가 많다 (인생도 마찬가지겠지만).
2. 기회가 항상 처음부터 기회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다.
3. 치명적인 리스크가 없고 감수할 만한 귀찮음이라면 해보자.
2024년 3월 11일
박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