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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앤디 Mar 10. 2024

지난 10년에 대한 회고 #4, 2017년

미래의 나,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을 위하여


2017년 - 결혼, 임신, 집필의 쓰리 콤보로 본격적인 수면 부족이 시작되었습니다 (진행형).

그리고 제게 중요한 기준과 가치들을 다시 한번 확인한 한 해입니다.


난 무대 체질이다.


이미 유치원 때부터 집에 손님들이 오시면 노래하고 춤추고, 어른들 대화에 껴서 재롱부리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아카펠라와 연극부에서, 대학교 때는 학교신문과 온갖 동아리와 모임을 만들어 사람들 앞에 섰다. 지금 하는 일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끄러움을 몰랐던 나, 아니, 모르는 나.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난 나를 드러내는 것을 싫어한다. 마케팅, 홍보, 영업 알레르기가 있다. 나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것은 무엇보다 즐기지만,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 자체에 집중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거나 과장하는 것은 힘들다 못해 괴롭다.


그래서 가치크리에이션은 B2B 사업을 하며 마케팅, 아웃바운드 세일즈, 홍보를 해본 적이 없다. 실력만큼만,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잘 되는 것이 좋았고, 고객들은 진정성을 알아봐 주고 주변에 소개해 주었다.




같은 이유로 책도 원래는 쓰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개인 브랜딩이나 홍보를 위한 가벼운 책을 쓰기 싫었다.


또,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내가 직접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잘못 전달되거나 부작용을 낳을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조선일보 계열사의 편집자에게 출판 제의를 받았을 때도 원래는 거절할까 고민했다. 정말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스스로 들고난 후에야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강점과의 만남과 이를 커리어라는 주제로 연결시켜가는 과정과 고민을 이제는 한 번쯤 정리해 봐도 좋겠다, 17년 동안의 나의 시도와 거기서 얻은 교훈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겠다’라는 관점에서였다.


2017년 편집자에게 출판 제의를 받은 후 회신한 내용


마침 첫아이 임신/출산과 겹쳐서 낮에는 아내와 아이를 돌보며 업무를 하고, 약 1년에 걸쳐 새벽 1시부터 4시 사이 시간에 주로 원고를 썼다.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육아하던 우리는 이게 최선이었고, 원래부터 육아가 로망이던 나로서는 행복한 희생이었다. 그리고 2019년 초 첫 책을 출간했다.


2019년 1월 출간 - 띠지의 얼굴 사진도 책이 아닌 내가 주가 되는 것 같아 삽입을 망설였었다.


다행히 아직도 책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고, 해외에서 번역 출판되어 종종 해외 독자의 편지도 받고 있는 걸 보면 처음에 걱정했던 것처럼 도움이 안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다음 책도 담아낼 이야기와 통찰이 충분히 내 안에 쌓였을 때, 오래오래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생겼을 때 쓰고 싶다. 개인적으로 10년에 한 권 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싶다 (그럼 2027년쯤...).


최근에 받은 대만 독자의 감사 이메일




나에겐 항상 가족과의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낼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였다.


그래서 스물아홉에 일찍 독립해서 나의 일을 시작했고, 입소문만으로 사업을 이어오며 크게 확장하지 않았다.

2017년에 팟캐스트를 멈춘 이유에는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나 스스로 신선함이 고갈된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첫아이의 임신이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고, 특히 아이와의 첫 3년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이미 20대 초반에 다짐했었고, 두 아이 모두 그 약속을 스스로 지켰다.


그동안과는 다르게 작년부터 인터넷에 나의 얼굴을 드러낸 글이나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그들은 기억하지 못할 미완의 아빠 모습을 찾아볼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기기 위함이 가장 큰 동기이다.


2017년에 대한 회고를 멈추고 교훈을 정리해 보자면,


1. 진정성은 말이 아닌 직접 살아낸 삶으로 전달된다.

2. 선택이 망설여진다거나 미련이 남는다면,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명확하지 않은 나의 기준이 문제다.

3. 평소, 혹은 그동안의 나답지 않은 선택을 하게 만드는 이유가 있다면, 이는 나에게 정말 중요한 기준이다.


2024년 3월 10일

박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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