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을 위하여
2020년 - 코로나로 연초부터 혼란스러웠지만,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체감한 한 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늘 바라던 서울을 벗어난 디지털 노마드/교외에서의 삶을 시작했던 해이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너무 오래 지속되고 일상화되다 보니 벌써 5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진다. 2019년 말 중국에서 행인들이 갑자기 쓰러지는 영상과 함께 돌던 원인 모를 전염병에 대한 루머가 한국에서도 2020년 봄 현실이 되었다. WHO는 2023년 5월 비상상태 종료를 선언했지만, 2020년은 인터넷의 등장 이후로 세상이 변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체험한 사건이었다.
2020년 초 코로나 바이러스의 심각성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당시 가치크리에이션도 3, 4, 5월에 예정되어 있던 모든 일정이 취소, 혹은 무기한 연장되었다. 2019년을 마무리하며 이제 좀 안정적인 궤도 올랐다고 안심했었는데, 불과 한 두 달 만에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태로 변해있었다.
다행히 6월부터는 다들 대안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화상으로 담당자와 회의하고, 인원 제한에 맞춰 소규모 그룹으로 워크숍을 쪼개서 운영하고,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방으로 장소를 옮기는 등, 여러 방법으로 사업은 다시 정상화되었다. 그리고 금세 2019년의 성장세를 다시 회복하여 오히려 코로나 기간 동안 더 활발히 활동하고 다행히 타격이 아닌 새로운 기회들을 얻게 되었다.
이 시기에 국내 기업들은 물론 해외 고객과의 프로젝트도 획기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국제 출장이 어려워지자 한국뿐 아니라 아예 같은 타임존에 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교육까지 가치크리에이션에 맡기기 시작했다. 코로나 전까지는 국내 기업 + 국제 기업의 한국지사의 비중이 70% 정도였다면, 코로나 기간이 끝날 즘에는 역전되어 해외 본사 고객의 비중이 반 이상으로 늘어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고객사뿐 아니라 여러 지역이나 문화권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화까지 시도해 볼 수 있었고, 이는 가치크리에이션이 규모는 작지만 나름 국제적인 회사로 변화하고 해외 파트너들과도 협업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과 일하기 시작하면서 강점뿐 아니라 리테일, 세일즈, 성과관리 등으로 전문 영역/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되었다).
온라인으로 고객과 만나고 업무하는 비중이 코로나 기간 중에는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고, 늘 꿈꿨던 바닷가살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아이가 어릴 때 자연에서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속초, 양양, 강릉에 집과 어린이집을 보러 다니기까지 했으나, 결국은 부모님이 귀농하신 철원으로 이사하여 산과 계곡에서 2년 동안 아이를 키웠다.
화상회의 일정이 없는 시간에는 농장에 가서 농사일을 도와드리고 아이와 놀아주기도 하고, 지방 출장이 있는 기간에는 교육이 진행되는 리조트에 가족과 함께 머물며 야외활동과 놀이를 하기도 했다. 덕분에 아이가 등원한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고 불안한 시기를 보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관점, 가속화된 사회 변화, 우선순위의 재정렬, 그리고 가족/자연과 가까워지는 계기, 1:1 만남과 대화의 소중함 등 그 안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를 찾기도 했다. 가치크리에이션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아날로그스러운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실험을 속성으로 몰아서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아마도 수확이라면 수확일 것 같다.
물론 지금처럼 경제위기, 기후위기, 전쟁 등 새로운 위협은 항상 생겨나겠지만, 니체가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라고 말했듯 그 안에서 또 성장과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전화위복은 운도 따라야겠지만, 뒤집힐 때까지 버티고 도전하는 나의 의지도 그만큼 중요하다.
다시 찾아온 (것처럼 보이는?) 코인 황금기에 걸맞은 표현을 간만에 꺼내 보자면,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도 지치거나 흔들리지 않고 '존버'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 결실도 누릴 수 있기를 모두에게 빈다.
p.s. 이렇게 얘기하니 코인 투자를 옹호하거나 장려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첨언하자면, 난 늘 그래왔듯,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2016년 비트, 이더, 리플 삼형제를 좀 모았다가, 마찬가지로 늘 그래왔듯 ㅠ ㅜ, 1년도 안 되어서 모두 처분했다.
난 성향상 트렌드를 예측하는 안목은 어느 정도 있지만 너무 앞서는 경향이 있고, 대중적인 관심이나 유행이 오기도 전에 내가 먼저 시들해진다 (다가올 트렌드나 진입 시점에 대해서는 나의 관심사를 미리 참고해 봐도 될 것 같다, 정작 나는 득보는 경우가 별로 없지만). 그래서 '강점', '개인화'라는 주제로 10년째 일하고 있는 스스로가 신기하고 기념으로 이렇게 글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중이다.
2020년을 돌아보며 얻은 교훈은,
1. 수익 다각화와 분산투자 등의 리스크 관리는 개인과 회사 모두에 필수다.
2. 미리 준비해 놓지 않았다면 빠른 적응이나 피벗이 중요하다.
3. 이도 저도 안 되면 존버.
2024년 3월 13일
박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