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앤디 Mar 16. 2024

지난 10년에 대한 회고 #11, 2024년

미래의 나,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을 위하여

2024년은 이제 3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창업 1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스냅숏은 한 장 남겨놓고 싶었다.


가치크리에이션과 함께 나의 30대를 보냈다. 그리고 40대에 들어서니, 또 두 아이의 부모가 되고 나니, 자연스레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선배들이 들으면 코웃음 치겠지만, 여기가 중간지점이자 황금기일까 의문도 든다.


드디어 내게도 midlife crisis(중년의 위기), 포르셰를 열망하는 시기가 오는 걸까...


10년이라는 시간 사이에 변한 나의 모습 중 대표적인 두 가지를 꼽자면,


우선 내 것/우리 것을 끌어안고 움켜쥐고 있기보다는 나누고 전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고객의 컨택포인트가 주로 전략/기획이나 HR관련 부서이다 보니 지난 10년간 서비스를 제공했던 대기업 고객 중에는 ‘같이’와 ‘가치’ 두 가지 의미를 담은 우리 회사이름을 좋다고 생각했는지 이를 모방한 서비스명, 광고 슬로건, 심지어는 자회사명까지 만든 곳들이 꽤 된다.


We Re-discover People라는 가치크리에이션의 슬로건이 마음에 든다고 본인 회사에서 사용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던 고객도 있었다. 모방은 최고의 칭찬이라고들 하니, 우리 작명 센스와 카피라이팅에 대한 인정이라고 믿자.


불과 3년 전에도 경쟁사가 될 것이라는 것도 모른 채 가치크리에이션의 사업내용을 이름이 꽤 알려진 VC에 모두 오픈한 적이 있었다. 당시 사업을 더 키우거나 투자를 받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VC를 만나는 자리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었고, 우리에게 교육이나 프로젝트를 의뢰하기 위한 회의인 줄 알고 간 자리였는데, 나중에 보니 우리가 제공한 내용이 그들이 투자한, 그리고 결국 인수한, 회사의 홈페이지 곳곳에 거의 그대로 올라가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계속되다 보니 사소한 지적재산권 보호에 굉장히 민감해졌고, 세상에 우리를 드러내는 것에도 조심스러웠었다. 숨은 고수로도 충분히 살만하다고 느꼈기에 밖으로 굳이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와 나 자신 둘 다 지나 온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만큼의 시간이 남아 있을지 상상하다 보니, 공유하고 협업하면서 얻을 이익에 비해 숨어 있으면서 잃을 것들이 더 많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세상에 전달하고 남겨 놓아야 누군가 우리의 작은 업적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더 진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가치크리에이션은 대단한 기업은 아니지만, 가업승계를 고민하는 1세대 창업주의 마음이 이럴까 싶다.


어느 순간 posterity(뉘앙스가 잘 안 살긴 하지만 직역하면 후세?)라는 단어가 머리 한편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협업과 다음 세대에 바통 건네기를 시작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아이들을 위한 나의 기록을 남겨 놓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생각해 봐도, 초등학교 4학년 이전의 부모님 모습은 잘 기억도 안 나고, 엄마 아빠는 늘 엄마 아빠였을 것 같은 착각을 아직도 가끔 할 정도로 부모님도 아이, 청년, 30대였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항상 듬직하고, 책임감 있고, 올바른 판단만 내리는 부모님으로만 존재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말이다.


난 우리 아이들이 부모도 미숙하고 해결되지 않는 고민으로 불안해하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그래야 본인들도 그 과정을 거쳐 어른이 되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제목처럼 그렇게 아버지가, 또 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을 언젠가 상기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엄마 아빠도 그때 그랬어, 괜찮아’라고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을, 내가 나중에 잊더라도, 혹은 없더라도, 아이들이 꼭 알았으면 한다.


그래서 전에도 언급했듯, 그동안은 드러내는 것을 꺼리던 내 얼굴과 목소리를 SNS에 남기기 시작했다. 사회인으로서, 자영업자로서, 가장으로서, 고민하고, 실수하고, 실패하고, 극복했던 이야기들을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 많이 남겨놓으려 한다. 나의 이런 이야기들이 나의 아이들뿐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당신에게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나열해 주세요’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가족이 첫 번째인 반면, 한국은 물질적 풍요가 1위였다. 그 외에도 다른 나라는 직업, 친구, 사회 등이 5위에 섞여 있던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항목은 5위에 들지도 못했다.


한국과 같은 우선순위 조합은 거의 독보적이다. 출산율 0.6이 이상하지 않다.


현재 한국은 생존이 최우선순위라고 볼 수 있다 (생존에 필요한 돈과 건강이 각 1, 2위). 웬만한 곳은 occupation (직업/일/커리어)이 5위에 있는 반면, 한국에서 일이 나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해 준다고 답한 사람은 거의 없었나 보다. 내가 하는 일을 자아실현의 수단, 혹은 사회기여 수단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생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여서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도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서서 어떻게 더 건강한 일터를 만들지, 자라나는 아이들부터라도 나답게 살며 각자의 정체성과 행복을 있는 그대로 추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가 가치크리에이션의 고민거리이자, 나의 사명이기도 하다.


지금보다 더 국제화된 사회가 되어 우리 아이들이 국경 없는 삶을 살더라도, 한국사람의 뿌리를 갖고 있다면 결국 한국이 얼마나 건강하고 멋진 사회인가로 그들의 자부심과 대우가 결정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도 외국생활을 접고 한국에 남아 지금 이 일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가치크리에이션이 10년이란 기간을 더 존속할지, 아니면 그 이상이나 이하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2034년, 뿌듯한 마음으로 지난 10년을 또 돌아볼 수 있을 때까지, 다시 한번 뛰어보자.


2024년 3월 17일

박앤디

작가의 이전글 지난 10년에 대한 회고 #10, 2023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